'깨진 관계 박물관'을 아시나요?

기사등록 2017/02/19 07:00:00
미국 LA서 변호사가 운영
 크로아티아에서 첫 시작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관계가 끝나더라도 사람을 잊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모든 일상적인 것들이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할 때는 더 그렇다. 그래서 연애 편지를 태우고, 웨딩드레스를 버리고,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을 돌려보내는 것일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에 있는 ‘깨진 관계 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에는 매일 이처럼 배신과 상실의 사연을 담고 있는 물건들이 미술품처럼 전시되고 있다고 BBC가 최근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한 여성은 5년 전 남편이 그녀를 떠난 후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피클 병에 넣었다. 그 드레스는 언제든 다시 입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한 때는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슬픔이 가득한 이 웨딩드레스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지도, 그렇다고 누군가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고 카드에 써넣었다.

 박물관의 모든 물품들은 익명으로 전시된다. 크로아티아에 있는 깨진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가 영감을 얻어 LA에서도 같은 개념의 박물관을 열었다. 

 크로아티아에 있는 박물관은 2명의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관계가 끝나자 그 파편들을 모아서 전시키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LA 박물관에 있는 전시물들은 전 세계에서 기증받고 있다.

 한 노르웨이인은 자신의 사연과 함께 다리미를 기증했다. 그는 “이 다리미는 내 결혼식 옷을 다리는데 사용됐지만 지금 남은 것은 이것 밖에 없다”고 했다.

 전시품 중에는 값비싼 와인도 한 병 있다. 불륜관계였던 영국인 남녀가 서로의 배우자를 떠나게 되면 함께 마실 계획이었지만, 그 와인은 결코 열리지 않았다. 그들의 결혼 생활에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또는 배우자가 그들의 불륜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슬로베니아인은 친구로부터 받은 작은 선물인 열쇠를 기부했다. 열쇠 뒤에는 “너는 나를 돌아보게 했으면서도 나와 함께 자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면서 “나는 네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로 죽은 후에야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달았다”고 적혀 있다. 

 박물관의 알렉시 하이드 이사는 “이 박물관은 비탄에 빠진 사람들과 데이트중인 커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대 자녀들과 사랑에 대해 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려는 부모들에게도 인기다. 하이드 이사는 “성(性)과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정말 안전한 곳이 되고 있다”면서 “무엇에 관해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은 대화를 여는 정말 아름다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든 당신은 비탄에 빠질 수 있고 그건 정상”이라며 “비록 혼자라고 느낄지라도 실제로는 매우 정상이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고독한 상황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좀 더 특이한 전시품 중 하나는 한 여성이 기증한 상당한 크기의 실리콘 유방 보형물이다. 이 여성은 자신의 가슴이 매우 풍만한 것처럼 헤어진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가슴 성형수술을 했다. 그러나 수술 후 거부반응이 생겨 결국 보형물을 제거했다. 

 하이드 이사는 “그녀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사랑받고 생산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자신의 기증이 다른 사람들에게 건강한 관계를 고무시킬 것을 희망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깨어진 약속을 상징하는 반지와 수집품들을 모아놓은 통, 상자, 그리고 서로 사랑했던 이들의 서체가 남아 있는 책도 전시돼 있다.

 한 소녀가 좋아하는 소년을 위해 구입한 드레스도 있다. 그러나 소년은 자살했고, 소녀는 소년을 위해 드레스를 입을 기회를 영원히 상실하고 말았다.  

 하이드 이사는 “이 박물관은 이제 인간 경험에 대한 진실에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면서 “비록 전시물들이 반드시 예술로 간주되지 않을지라도 매우 정교하고 개념적인 미술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 방문자들은 관광객보다는 LA 현지인들이 더 많다고 한다. 내부는 조용하며 많은 방문자들이 조용히 울면서 박물관을 혼자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방문자들은 대체로 이 곳에 오면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 방문자는 “박물관에 물품을 기증한 사람들의 고통이 전해져 온다”면서 “그러면 나도 이 곳에서 매우 외롭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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