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이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을 놓고 심도깊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발표할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포함 될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부터 워싱턴에 이어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회담을 열고 방위·경제 문제 등 폭넓은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 정상은 특히 회담에서 엔화 환율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일본이 지난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엔화 환율 조작 가능성을 최근 제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진위 파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본의 양적완화는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떠받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디플레이션(물가하락) 맞춤형 처방이라는 점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이러한 양적완화 정책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표적 케인즈학파인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 석학들이 제시한 처방전이라는 점을 강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아울러 일본이 최근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제시하는 등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이밖에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환율 문제는 G7(주요 7개국)·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을 비롯한 '다자무대'에서 논의하라는 제안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미일 양국간 합의문서에 특정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조항은 ▲ 일본의 국채 이자율을 통제하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역량을 제한하고 ▲일본이 통화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예방한다(prevent)는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신문은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1일 제약사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엔화 평가절하 문제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일본이 시장에 개입해 엔화 환율을 떨어뜨려 자국 제품의 수출을 떠받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일본의 이러한 불공정 행위에 침묵해온 미국을 ‘얼간이(dummy)'에 빗대기도 했다. 시장은 이 얼간이라는 발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 해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엔화 가치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주 들어 불안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올들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여온 엔화는 달러당 111엔대에 진입했다가 9일 다시 112엔대로 후퇴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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