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샤프, 트럼프 달래기 가세… 美에 LCD공장 건설 추진

기사등록 2017/02/08 17:34:42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대만 훙하이(鴻海) 정밀공업에 인수된 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미국에 8000억엔(약 8조 1700억원) 규모의 액정패널(LCD)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의하면, 샤프는 이날 "샤프가 중심이 돼 미국에 액정패널 공장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미국 신 공장 건설 계획과 관련해서는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그룹 회장이 지난달 말 정식으로 발표했지만, 샤프 측은 이날 '대만 산하 기업으로서가 아닌 일본 업체 샤프로서'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이날 발표를 통해 "샤프의 사카이(堺) 디스플레이 프로덕트(SDP) 주도로 미국 LCD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8000억엔 규모의 투자금액도 훙하이그룹 이외의 일본 제조업체들의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프가 미국에 LCD 공장을 건설 하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미국 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오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이뤄질 첫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액의 투자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아베로서는 샤프의 공장 건설 계획으로 일본 기업의 협력 자세를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이날 새 공장 건설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지나면 의미가 없다"면서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가 3년 후인 202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사히는 미국 내에는 액정공장 가동을 위한 부품 공급망이 좋지않아 새 공장 건설이 실현되기까지는 난관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훙하이그룹은 이미 중국 광저우에 88억달러(약 10조 950억원) 규모의 세계 최대급 LCD공장을 건설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LCD에 대한 과잉 투자로 경영난에 빠진 샤프의 미국 투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궈타이밍 회장은 대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세계 제2위의 텔레비전 시장이지만 액정패널 공장이 없다"면서 미국에 8000억엔 규모의 투자를 해 액정패널 공장을 건설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궈타이밍 회장은 또 "(공장 건설이 실현되면 관련 사업도 포함해) 3만 5만명의 고용할 것"이라며 새 공장 건설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향하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