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중국수난]성주골프장 사드부지 제공 막판 사인 앞두고 '진퇴양난'

기사등록 2017/02/08 13:49:07 최종수정 2017/02/08 19:42:33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이 참석하는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사드 한국배치 반대하는 진보단체와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환영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차로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2017.02.03. photothink@newsis.com
롯데 측이 애써 감추려 했던 중국 당국 압박 정황 속속 드러나
지난 3일 첫 이사회서 결론 못낸 이후 추가 이사회 속개 늦어져
국가 안보·국내 여론·중국 보복·부지 거래 사업성 등 변수 복잡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롯데측의 베이징 인근 롯데슈퍼 매장 3곳에 대한 폐쇄 검토에 이어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 중단까지, 그간 롯데가 애써 부인했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 부지 제공과 관련된 중국 정부의 보복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롯데 측의 말대로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이 사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별다른 타격이 없는 문제라 하더라도 최종결정이 임박해 있는 성주골프장 부지 제공이 확정될 경우, 그동안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던 중국 당국이 또다른 보복 조치에 들어갈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방안을 놓고 지난 3일 첫 이사회를 개최한 롯데그룹은 결국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롯데스카이힐성주CC(성주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롯데상사는 이사회를 통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고 군으로부터 경기 남양주 부지를 받는 거래와 관련, 검토를 진행했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한채 조만간 추가로 이사회를 열 계획이다.

 롯데 측은 상법상 이사회 승인의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 만큼, 타당성 분석 작업을 정밀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표면적으론 성주골프장 부지와 남양주 군용지 거래에 대한 사업 타당성 분석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롯데그룹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제재조치에 대해서도 상당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이 내부적으로 사드부지를 당초 약속대로 제공키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 중국 사업장에 대한 보복 우려 때문에 의사결정을 미루는 모양새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롯데 측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사업성 관련 부분에서 좀 조율할 부분이 있다"면서 "최종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사드부지 관련 내용은 국방부를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시험 발사하고 있다.
 롯데 측은 이사회를 "속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이사회 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다. 그만큼 고심이 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만약 사드 배치를 통한 향후 중국사업에 대한 손실의 책임은 과연 누가 지어야 할 것인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가 우려하는 점은 중국 당국의 보복으로 인한 중국 사업 타격뿐만이 아니다. 중국보다는 야권 등 사드 배치 반대론자 및 사드를 찬성하는 보수 우파세력 등 양분돼 있는 국내 여론의 눈치를 더 보고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과연 중국이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 방침을 철회한다고 했을 때 롯데를 겨냥한 압박의 고삐를 느슨하게 풀 것인가에 있다. 중국 입장으로선 이 같은 카드는 이번 사드 배치 때문이 아니라 한미중 역학관계 속에 향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무역 보복성 조치는 사드 배치 여부에 따른 '변수'아닌 '상수'로 보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한편으론 사드 배치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는 사업 타격 등에 대한 불안감이 과도해 되레 포기할 수 없는 큰 시장인 중국에 대한 투자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방 및 소비자 시장 간에는 괴리가 있기 때문에 영업 전략이나 품질 경쟁력에 따라 극복할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롯데가 국방부와의 약속을 이행하게 되면 설 이후 성주골프장 대신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를 받게 된다. 양측은 성주골프장과 남양주 군용지의 감정평가를 마쳤다. 성주골프장(148만㎡)의 장부가격은 850억 원, 공시지가는 450억원으로, 남양주 군용지(20만㎡) 전체의 공시지가는 1400억원에 달해 국방부는 가격에 맞춰 군용지의 일부만을 롯데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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