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지난 25일 이를 위한 행정명령에 공식으로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행정명령 서명 후 조만간 멕시코 정부와 협상을 거쳐 수개월 안에 장벽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며, 장벽 건설 비용을 전적으로 멕시코에 부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멕시코 정치인들은 니에토 대통령에게 트럼프와의 회담을 취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투로 사루크안 전 미국 주재 멕시코 대사는 25일 "멕시코 국민은 니에토 대통령의 다음주 미국 방문에 대해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며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다른 멕시코 정치인들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장벽 건설 행정명령 서명에 대해 "이것은 멕시코에 대한 공격으로 모욕적이다"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직후인 21일 니에토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31일 정상회담에 합의해 양국 간 화해무드에 대한 기대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국경장벽 건설 행정명령 서명에 멕시코는 당황한 기색이다.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이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25일 워싱턴에 도착한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무장관 등 멕시코 고위관료들은 트럼프 측과 예비회담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난감한 상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멕시코 장벽건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양국 간 감정은 이미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였으나, 트럼프가 장벽건설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양국 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고 NYT는 평가했다. 그간 트럼프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피력해 온 니에토 대통령도 이제는 그러한 해결책을 사용할 여지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장벽을 건설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보고 있다.
멕시코 대사를 역임했던 카를로스 파스쿠알은 "장벽건설은 상징적인 제스쳐일 뿐"이라며 "멕시코가 우리의 이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가 영원히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이라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들 중에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의 협박이 오히려 멕시코인들은 창의성과 독창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트럼프가 땅 위에 장벽을 건설하면, 멕시코인들은 땅 속에 터널을 뚫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대선전에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것 외에도 미국 내 수백만명의 불법 멕시코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재협상 할 것이라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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