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칼럼니스트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習近平)의 세계화 전쟁(Donald Trump and Xi Jinping’s battle over globalisation)’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은 480만 개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울프 칼럼의 전문.
지난 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은 미국대통령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이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는 미국대통령의 연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놀라운 대조였다.
시 주석은 세계화란 어려움 없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모두 세계화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실상과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세계화는 글로벌 성장의 동력을 제공했다. 세계화는 상품과 자본의 이동을 촉진시켰다. 또한 사람들의 교류도 활성화 시켰다”라고 말했다.
그의 비전은 과거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미국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우리는 열린 시장과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 거래가 삶의 표준을 증진시키고, 환경파괴를 줄이며, 번영을 나누는 틀을 건설하는 최고의 엔진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러한 비전을 거부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유린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지켜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 제품들을 만들고, 우리 기업을 훔치고, 우리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 보호주의는 번영과 부강함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단순한 두 가지 규칙을 지키고자 한다. 즉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 단순한 수다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그의 전임자가 공을 들여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철회해 버렸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게다가 멕시코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각각 35%와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처는 트럼프 행정부의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트럼프 무역 독트린’이라고 부르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무역 독트린’은 “어떠한 무역협상도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려야 한다.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영국의 독자들은 ‘트럼프 무역 독트린’에서 1970년대 노동당이 추진했던 “대안적 경제전략(alternative economic strategy)”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영국의 노동당 좌파들은 나바로 위원장과 로스 장관 내정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처럼 무역적자가 수요를 억제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이 내놓은 해결책은 수입통제였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무역협정을 손보려 하고 있다. 보호무역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해야 한다는 ‘원시적인 중상주의(primitive mercantilism)’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정책 시스템을 장악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무서운 사실은 트럼프의 측근들이 전적인 오류를 신봉하고 있는 듯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그들은 수출품에 부가세를 붙이지 않는 것을 수출보조금 지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EU에서 팔리는 미국제품들은 부가세를 지불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팔리는 EU 제품들에도 판매세가 부과된다. 국내산 제품이나 수입품 간 어떠한 왜곡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관세는 수입품에만 부과된다. 그러므로 수입품과 국산품 간 상대적 가격의 왜곡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보호무역을 시행하게 되면 미국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매력은 떨어지게 된다. 그로 인해 무역적자는 낮아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온전한 전략이라고 하기 어렵다. 또 다른 오류는 쌍무적 무역협정의 장점을 믿는다는 것이다. 국가 간 무역협정은 기업간 협약과는 다른 것이다. 국가 간 무역협정은 모든 비즈니스 거래에 적용되는 것이다. 쌍무적 무역협정은 세계시장을 조각낸다. 기업들이 거시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이 아주 어렵다. 만일 국가 간 새로운 쌍무적 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 순간에 경쟁력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틴 샌부(FT 칼럼니스트)의 주장대로 현명치 못한 정책들은 막대한 손해를 불러온다. 미국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협상을 어기는 일은 미국을 믿을 수 없는 파트너로 낙인찍을 수 있다. 그로 인한 피해자들, 특히 중국 같은 나라들이 보복을 할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멕시코와 미국 간 교역량을 합산하면 미국 전체 무역 거래규모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은 480만 개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자 공급만의 붕괴는 심각할 것이다.
막대한 지정학적 결과도 잇따를 것이다. 멕시코를 때리는 일은 30여 년간에 걸친 개혁을 전복시킬 것이다. 아마도 권력이 좌파 포퓰리스트에게 넘어갈 것이다.
중국을 때리는 일은 수십 년 간 다져온 양국 관계를 훼손할 것이다. TPP 포기는 아시아 지역의 미국동맹국들을 중국으로 넘기는 일리 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는 일은 세계경제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 온 기관을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레토릭(수사)은 경제 전쟁을 선포하는 것처럼 읽힌다. 미국은 아주 강력한 나라다. 그러나 미국이 멋대로 행동을 한다면 이는 ‘악당 국가(a rogue state)’임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같은 패권국가가 스스로 만들었던 시스템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두 가지 결과만을 예상할 수 있다. 스스로의 몰락을 불러오거나 혹은 새로운 패권국을 중심으로 한 체제가 등장하는 것이다.
시 주석의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협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보다 가능성이 높은 쪽은 ‘무질서한 무한경쟁의 무역정책(a trade policy free-for-all)’으로 전락하는 일이다.
시 주석의 비전은 옳다. 그러나 트럼프의 도움이 없으면 시 주석의 비전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미국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sangjo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