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육대 교수 196명 "초등 한자 300자 공표 중단" 촉구

기사등록 2017/01/24 18:11:40
【세종=뉴시스】백영미 기자 = 교육부는 학습자 수준에 맞지 않거나 학습 내용과 무관한 병기를 예방하기 위해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 한자 표기 원칙을 마련했다고 30일 밝혔다. (자료사진=교육부 제공)  photo@newsis.com
'초등 한자교육' 논쟁 가열될 듯 

【세종=뉴시스】백영미 기자 = 전국 교육대학교 교수들이 교육부의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 한자 표기 목록 300자 지정·공표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전국 교대 교수 196명은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기초 연구와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목록 300자를 서둘러 공표하는 것을 중지하고, 국민적 합의를 얻기 위한 장기간의 기초 연구와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한자는 국가 문자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어문정책정상화추진위원회의 주장과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아 학생들의 어휘력이 떨어지고, 인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한자교육 강화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리하게 초등 한자 교육 의무화를 추진하려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습 어휘 이해를 돕기 위한 초등 교과서 한자어 표기 연구를 한다며 이를 근거로 초등한자 교육을 의무화하는 초등 한자 목록 300자를 지정 공표하는 것은 편법이고 초등 교육에서 한글전용 원칙을 뒤집는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초등 한자 목록 300자 중에는 중학교용 900자에 들어있는 어려운 한자들이 포함돼 있고 300자로 지정해 교육 부담을 경감한다고 하지만 일(一), 삼(三), 사(四), 육(六), 팔(八)은 포함되고 이(二), 오(五), 칠(七), 구(九), 십(十)은 제외되는 등 지정 기준이 불합리하다"며 "초등 한자 목록 300자를 익히려면 현행 중학교 교육용 한자 900자 수준 이상의 한자 학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대 교수들은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이들은 "교육부가 초등 한자 목록 300자를 공표하는 순간 이를 빌미로 훨씬 더 많은 양의 어려운 수준의 한자 교육이 학교 안팎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한자 암기와 평가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학부모 입장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를 배우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불안해 한자 사교육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현재도 학교 창의, 체험시간에 한자를 선택해 배울 수 있고 초등 수준에서 어휘와 인성은 한자와 관련이 없다"며 "우리말 교육과 인성 교육의 문제는 한자 교육 이외에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목록 300자를 지정 공표하는 것은 초등교육 한글전용 원칙을 뒤집는 심각한 어문정책 변화로 철저한 기초연구와 국민적 합의없이 추진해선 절대 안된다"며 "초등교사를 비롯한 초등교육 관련 전문가, 학부모와 협의하고 국민이 합의하는 공론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오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도덕·사회·수학·과학 등 교과서에 학습에 도움이 되는 한자를 300자내에서 표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5·6학년 학습을 돕는 기본 한자 300자와 친숙해지는 창의적 체험활동 자료를 개발·보급해 초등 수준에 적합한 한자 교육이 전국적으로 균형있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 진보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이어 대학 교수들까지 정부의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방침에 반기를 들면서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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