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00개 이상 사업서 발 빼…"윤리상충 문제 여전"

기사등록 2017/01/24 14:23:02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회사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을 두 아들에게 맡기는 사업·자산신탁 계획의 일환으로 400개가 넘는 사업체에서 공식 사임했다.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CNN에 그가 직접 서명한 19페이지 서류를 전달했다. 해당 서류의 첫 페이지에는 "나, 도널드 J. 트럼프는 이로써 각각 모든 직무와 직책에서 사임한다"는 짧은 문구와 지난 19일 기준 트럼프의 자필서명이 담겨 있다.

 나머지 18페이지의 서류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책을 갖고 있던 400개가 넘는 업체들이 명시돼 있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을 두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2세와 에릭 트럼프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트럼프의 두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2세와 에릭 트럼프가 "회사를 완전히 맡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그룹의 법률자문단장 앨런 가르텐은 CNN에게 신탁이 설립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윤리담당 전문가 고용도 완료했다고 통보했다. 다만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신임 윤리담당 전문가의 정체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독립 윤리전문가들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상충 이슈는 남아있으며 윤리적 문제 역시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영리 정치감시기구 캠페인리걸센터(CLC)의 래리 노블 법무책임자는 "이번에 공개된 서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계적 관심사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해상충이나 '수당·보수에 관한 규정(emoluments clause)'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보수에 관한 규정'은 정부 공직자가 외국의 선물이나 보수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미 헌법이다.

 노블은 이어 트럼프가 직책에서 발을 뺐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회사에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예방하는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문회사인 세다로우파트너스의 찰스 더글라스 신탁전문가는 "이번 서류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면서도 "사임을 하는 것만으로는 회사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트럼프가 각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계열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큰 그림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리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신탁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현해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수석 윤리 변호사를 지냈던 노먼 아이젠은 "그런 구상이라면 취임과 함께 트럼프는 눈을 가린 채 지뢰밭을 걷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윤리청(OGE) 월터 M. 샤웁 청장도 "(트럼프 당선인이) 발표한 계획은 (1978년 OGE가 설립된 이후) 약 40년간 검증된 역대 대통령들의 윤리적 기준에 못 미친다"며 "심지어 그가 지명한 장관 후보들보다도 미흡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을 처분하거나 완전히 독립적인 신탁회사에 맡기는 '백지 신탁(Blind Trust)'을 해야 한다는 윤리전문가들의 조언과 권고를 무시하고 아들들에게 사업을 맏기는 계획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badcomm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