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PP 탈퇴'에 엇갈리는 반응…"중국만 도와주는 꼴" 우려도

기사등록 2017/01/24 09:20:04 최종수정 2017/01/24 09:27:21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017.1.24.
버니 샌더스 민주 상원의원 "TPP 사망, 기쁘다"
 존 매케인 공화 상원의원 "큰 실수"
 외교전문가들 "미국 영향력 크게 감소"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공식서명하면서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미국 매체뿐만 아니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TPP탈퇴 서명이 전 세계 통상, 외교, 정치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TPP 탈퇴를 공언해 왔고, 지난 20일 취임 연설에서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이를 예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행정명령이 "약속을 이행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 명령에 대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행정명령에 대한 첫 찬사는 뜻밖에도 민주당 측에서 나왔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 후보로 '아웃사이더 돌풍'을 몰고 왔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도 "다국적 기업뿐이 아닌 미국 노동자 가정을 돕는 무역정책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지지를 나타냈다.

 가디언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TPP가 죽고 잊혀져서 기쁘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들을 돕는 새로운 정책 마련에 진지하다면 나는 그와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30년에 걸쳐 우리(미국)는 일련의 무역협상을 통해 수백개의 질 좋은 직업을 잃어버리고 '바닥을 위한 경주(Race to the Bottom)' 현상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바닥을 위한 경주'는 고용주들이 노동 환경의 기준을 낮춰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을 뜻한다.

 반면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결정은 미국 경제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전략적 위치를 장기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큰 실수"라고 비난했다.

 매케인 의원은 TPP 탈퇴가 "중국에게 아·태 지역의 경제적 주도권을 넘겨주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미국이 아·태 지역에 더 관여하지 않겠다는 곤란한 신호를 주는 꼴"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TPP 탈퇴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코넬대학교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무역정책 교수는 WP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새 정부 초기부터 갑작스러운 행정명령은 미국의 전통적인 무역·정치파트너들에게 모든 것이 재협상·재평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미국이 세계 경제·정치 이슈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리처드 하스 회장도 "TPP 탈퇴는 미국의 (경제적) 성장세를 둔화하고, 미국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와 세계무대에서 미국이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TPP 탈퇴의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뉴욕증시는 TPP 탈퇴 소식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40포인트(0.14%) 하락한 1만9799.85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6.11포인트(0.27%) 내린 2265.20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39포인트(0.04%) 떨어진 5552.94를 기록했다.

 웨스턴자산운용의 마이클 뷰캐넌 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산시장 랠리가 급격히 멈춰선 것은 틀림없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보호주의와 반(反) 세계화 정책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badcom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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