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기금 모금…기업에 자율성 없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서울=뉴시스】김승모 나운채 기자 =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경련 주도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는 취지로 위증해 처벌을 받는 것보다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설립했다고 하라는) 청와대 요청이 더 무서웠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애초 이들 재단 설립 의혹이 불거질 초기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금해 설립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이후 청와대 지시로 이뤄졌다고 진술을 바꿨다.
2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이 부회장은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국회에서 달리 증언해 처벌받을 수도 있는데 처벌 위험성보다 청와대 요청이 더 무서웠냐"고 묻자 "당시에는 그랬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진술을 번복한 경위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말께 청와대로부터 기업들이 직접 자발적으로 모금했다는 지시를 받고 언론 인터뷰를 했다"며 "하지만 이후 전경련 해체론을 포함한 각종 비난이 쏟아져 조직을 맡고 있는 대표로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을 볼 면목도 없고 언론에서 계속 저도 모르는 게 밝혀져 약간 배신감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쯤 문체부나 저희 직원들이 대부분 사실대로 진술해서 검찰이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한 상태였다"며 "청와대 요청으로 언론 발표를 했지만, 유지하지 않고 사실대로 진술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이같은 설명에도 '왜 청와대의 요청이 강요가 되고 거짓말을 해야 했는지', '기업체는 왜 불안감 때문에 돈을 내야 했는지'를 묻는 강 재판관의 질문에도 상세히 답했다.
이 부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예로 들면서 "평창 올림픽은 같이 요청을 했어도 개별 기업별로 후원이 자율적이었지만, 이번 건은 금액과 출연기업을 정하고 했기 때문에 자율성이 없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구체적인 계획서 등 문건을 통해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구체적인 지시 전달 기회가 있었음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 연속 청와대 비서관들과 행정관들, 문체부 국장이나 과장, 전경련 상무팀장 등 10여 명이 매일 모여 (이사장, 이사진 명단과 사업내용을 특정하는 등의) 계획을 확정해 나갔다"며 "그 회의에서 대부분 통보를 구두로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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