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CNN은 미국 주재 외교계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신임 대통령이 취임연설을 통해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천명하면서 외교관들이 "우울한(Depressed)"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 등 대선 기간부터 강조해오던 외교적 이슈를 중심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모든 무역과 세금, 이민정책, 외교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국인 노동자와 미국인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며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우리나라를 다스린다. 그것은 '미국 우선주의'"라고 강조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일단 트럼프의 폭 넓은 발언의 실체화를 기다리고 보자는 견해도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미국 최대 교역국가이자 재협상 위기에 처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 캐나다 정부는 최근 긴급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아랍국가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메시지는 '미국이 우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엿 먹어라'였다"며 "이런 사고방식을 눈치 채지 못한 나라는 없다. 이는 미국에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국가의 한 외교관은 "트럼프 취임연설의 메시지는 '미국이 우선'이고, 이후에 시간이 남으면 기타 국가들에 신경 쓸 것이라는 뜻"이라며 "외교관들이 우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방국가 외교관은 "이번 연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연설이 아니었다"며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연설도 아닌, 본인을 지지한 사람들에게 전달한 유세연설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방 외교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미국이 우방국들과 한 군사적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오기를 희망했었지만 "'두려움'과 '학살'의 메시지는 미국이 앞으로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부정적인 그림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동안 우리 군대는 슬프게도 고갈됐다"며 "이런 미국의 학살은 지금 당장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NATO 등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조시켰다.
한 외교관은 "이번 연설은 좋게 말해도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또 한 외교관은 트럼프 취임연설에 대한 질문에 크게 웃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들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새 정권과 협력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관했다.
한편 영국의 보수매체인 타임스오브런던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학살의 암울한 그림을 그렸다"고 보도했다.
영국 진보매체인 가디언은 "트럼프의 연설은 씁쓸하고, 따분하고 허풍스러움을 번갈아가며 보여줬다"며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세계에게 두려움을 극복하라고 말한 반면 2017년 트럼프는 몹시 두려워하라고 엄포를 놓은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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