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에 자본유출까지…'트럼프노믹스'에 근심 커진 신흥국
기사등록 2017/01/22 12:50:56
【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의 근심은 커졌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달러 강세를 유발하면서 신흥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미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신흥국들에게 대대적인 통상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2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흥 25개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 규모는 384억 달러(45조1584억원)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1193억 달러)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11월과 12월에만 304억 달러(35조7504억원)가 신흥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을 펴고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경우 신흥국의 금융 불안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 이후 금융 리스크가 상승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14개 신흥국의 금융 리스크가 상승했다.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거나 자국 통화 절하폭이 큰 멕시코, 중국, 터키, 필리핀, 인도, 말레이시아 등 6개국이 고위험국으로 평가된다.
멕시코는 대미 수출의존도가 신흥국 중 가장 높고 미국이 반이민 정책을 시행할 경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멕시코의 CDS 프리미엄은 2015년 84bp에서 2016년 134bp로 높아졌다. 지난 1월19일 기준으로 179bp까지 상승했다.
중국의 경우 급격한 위안화 약세가 나타나면서 외환보유액 3조 달러, 달러-위안 환율 7위안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당국이 자본 유출을 피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부실 채권 문제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터키와 말레이시아 등은 대외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장과 금리가 동조화되면서 성장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신흥국들의 실물 경제가 위축되면서 금융 불안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5개 국가(한국·중국·독일·일본·멕시코)' 중 하나여서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자금 유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8억8000만 달러 감소한 37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석달 연속 감소세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외국인들의 장기금리가 미국과 역전되면서 국내 채권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낮아졌다"며 "미국이 올해 3번 이상 금리를 올릴 경우 장단기 금리가 모두 역전되면서 자금 유출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외환위기 직면 시 필요한 외환보유액은 4473억 달러 수준으로 자본 유출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1000억~1500억 달러가 부족하다"며 "외화 유동성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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