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 확대 공약은 달러 강세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지만 '보호무역'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강달러를 용인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달러가 중장기적으로 강세 흐름을 보이겠지만 당분간은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 '널뛰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일중 변동폭은 평균 7.5원(변동률 0.65%)으로, 2010년(9.5원·0.81%) 이후 6년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보이며 1210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강세가 과도하다"는 발언을 내놓자 환율이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로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경쟁을 못한다"며 "달러 강세가 우리를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외환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18일 이틀동안 15.4원 하락(1166.7원)했다가 19일에는 10.9원 상승(1177.6원)했다. 하지만 20일에는 다시 8.4원 하락하며 1169.2원까지 떨어졌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신임 재무장관이 상원 청문회에서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통화로 여겨져왔다. 장기적으로는 강달러가 중요하다"며 트럼프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가 내놓은 '재정 확대'와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은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확장 재정 정책을 편다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재정을 투입할 경우 물가가 상승하고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지면서 달러 강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호무역'을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강세로 인한 미국의 수출 경쟁력 약화를 감수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지목하는 등 다른 나라의 통화 약세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해 왔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국내 외환시장은 미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초반에 여러 정책들을 쓰기에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게 편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게 하려면 달러가 강해진다는 경향이 있어야 한다"며 "완만하게 강세를 유지하는 쪽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취임 연설에서 세부적인 재정 정책의 그림이 나오지 않은 만큼 1월 말 FOMC까지 외환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변동성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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