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미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원조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방의 푸른 꿈'을 연출한 김대현 감독의 설명이다.
다큐멘터리 '한국번안가요사'를 연출하면서 김시스터즈를 알게 됐고 그들의 재기넘치는 공연 영상을 보면서도 어딘지 모를 복합적인 감정이 차올랐다는 것이다. 이 감정이 그를 이 다큐멘터리의 연출로 이끌었다. 김 감독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과 같은 민족적 자긍심에서 오는 감동은 아니었다"고 표현한다.
김시스터즈는 '목포의 눈물'의 가수 이난영과 작곡가 김해송의 딸들인 김숙자, 김애자와 이난영의 조카인 김민자(실명은 이향) 등 3명으로 구성된 보컬그룹이었다. 미군부대에서 공연하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한 뒤 당대 최고의 TV쇼 '애드 설리번 쇼'에서 "악기를 20가지나 연주할 줄 아는 소녀들"로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의 아픔과 가난 등이 깃든 아픈 삶이 있었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김숙자·애자 자매의 부친인 김해송은 납북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들의 집은 폭격으로 초토화되기도 했다. 그들의 미국 진출은 현실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미국 진출 당시에 대해 여전히 생생한 느낌이었다. "굉장히 긴장됐어요. 첫 날 무대 올라갔을 때 무릎팍이 떨리고 무서웠죠. 첫 노래가 끝나자마자 손님들이 박수치고 좋아해서 그제서야 우리가 마음 푹 놓고 '아 괜찮을 것 같다'고 한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미국 생활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고 셋이서 쌍둥이처럼 붙어 똑같이 행동했다. 심지어 바닥을 닦는 세제를 샴푸인줄 알고 다 같이 머리를 감다가 눈이 따가워 병원에 가야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한국 최초 걸그룹의 미국 진출기에는 그만큼 아픔이 서려있었다.
앞서 영화제 등을 통해 이 영화를 봤다는 김씨는 이날 시사회에서는 자리가 꽉 차서 보지 못했다. 김씨는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너무 슬프고 기쁘고, 너무너무 기가 막혔다"며 "눈물을 그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무대화장을 위해 눈썹을 붙였는데 그게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안 봐서 다행이다. 또 울었을 거니까"라고 덧붙였다.
김숙자씨가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와 계약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감독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김 감독도 그녀를 인터뷰하지 못했다. 대신에 할리우드 영화로 다시금 김시스터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도 해볼 만하다. 할리우드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한국 최초 걸그룹의 미국 진출 이야기는 드라마틱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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