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현직장관 사상 최초 구속 불명예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구속됐다.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가장 까다로운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던 김 전 실장과 현직 장관인 조 장관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특검팀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윗선에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날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전날 오전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한 뒤 특검팀 수사관들과 함께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했다.
김 전 실장은 특검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출석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존재를 여전히 모르시나',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혐의뿐만 아니라 문체부 1급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또 김 전 실장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위증 혐의로도 고발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 농단 의혹 중심에 있는 인물로도 꼽히고 있다. '왕실장'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며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명이 명단이 포함됐으며 이들을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데 활용됐다.
특검팀은 문체부 공무원 부당 인사 조치가 해당 명단과 관련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지난달 26일 김 전 실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일부 명단을 확보했으며, 김 전 실장의 증거 인멸 정황도 포착했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과정에 관여한 단서를 포착, 구속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 장관 역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리 및 집행 과정에 관여했다는 직권남용및 권리행사 방해와 위증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임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전달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조 장관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과정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국정조사 특위는 조 장관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 조 장관을 위증 혐의로 특검팀에 고발했다.
조 장관은 위증 혐의로 고발된 이후 출석한 지난 9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반복되는 질문에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게다가 조 장관은 김종덕 전 장관이 쓰다 넘겨받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폐기하려했다는 의혹도 받고있다. 조 장관은 지난해 11월 초 문체부 직원에게 서울 서계동 집무실에 있던 자신의 컴퓨터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하드디스크는 조 장관의 전임자인 김종덕 전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전달되고 본격 시행됐던 시기에 사용한 것이다.
조 장관의 지시로 연한이 지나지 않은 컴퓨터를 문체부 직원들이 교체했으며, 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는 문제의 블랙리스트가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 14일 이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특검팀은 조 장관을 상대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과정을 집중 추궁한 바 있다. 또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역할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pyo0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