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제동 걸렸던 특검, 블랙리스트로 동력 얻나

기사등록 2017/01/21 04:06:39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에 주춤했던 특검
 '왕실장' 김기춘 구속으로 추진 동력 얻을 듯
 김기춘 배후 박근혜 대통령 정면 겨냥 수순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주춤했던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다시 동력을 얻게 됐다.

 박근혜 정부의 제2인자로 불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구속하면서 특검팀은 수사의 칼날을 다시한번 가다듬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특검의 수사에 상당한 난관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출범 이후 특검이 가장 무게를 두고 수사했던 뇌물죄 부분에 대해 법원이 '대가성 소명이 부족하다'고 사실상 철퇴를 가한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각계의 논란과 상관없이 특검팀의 뇌물죄 관련 수사가 큰 암초를 만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 전 실장이 구속되면서 특검팀은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게 됐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상으로 인식되며 권력 2인자로 꼽히곤 했다. 당·정·청을 모두 장악한 실세였던 만큼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졌던 국정농단과 각종 부정행위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또 김 전 실장이 관여한 부정한 행위들은 대부분 박 대통령도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1인자에게 열성을 다해 충성했던 김 전 실장의 인생을 감안하면 그가 박 대통령의 지시 없이 부정한 일을 벌이거나, 의중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문화계 인사 1만여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역시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시행된 것으로 판단한다. 김 전 실장에 대한 신병 확보도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향후 사법처리를 위한 '디딤돌'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미 특검은 김 전 실장과 박 대통령을 한꺼번에 사정권에 넣는 중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바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이다. 이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의 각종 지시내용이 빼곡히 적혔으며, 이중 일부는 박 대통령의 지시라고 볼 수 있는 내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초동 한 변호사는 "김기춘 전 실장에게 적용된 혐의가 직권남용인데, 박 대통령에게 공범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이 중차대한 문제를  박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다는게 더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구체적인 공모정황이 없어도, 암묵적인 동의나 묵인이 있었다면 공모관계가 성립이 가능하다"며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시행하라고 지시를 했을 수도 있고, 최소한 존재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pyo0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