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를 틀었다는 이유로 온갖 보복을 당하면서 20년간 쌓은 영화제의 명성이 크게 훼손됐고 쉽게 회복할 수 없는 깊은 내상을 입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SBS는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산영화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SBS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 2014년 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되자 문체부에 예산 삭감을 지시했다. 문체부는 김 실장의 지시를 영화진흥위원회에 전달했고, 영진위는 논의 끝에 부분 삭감을 결정했다.
당시 부산영화제를 제외한 5개 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은 늘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은 2014년 14억6000만 원에서 이듬해 8억원으로 삭감됐다.
또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에는 김 실장이 '다이빙벨'을 예로 들며 "문화예술계의 좌파적 책동에 전투적으로 대응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기도 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년간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와 감사원의 감사, 정부 지원금 삭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사퇴 압박과 검찰 고발 등 숱한 고초를 겪었는데 이 모든 일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비로소 실체가 밝혀졌다"며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무조건 차단하겠다는 유신시대에나 가능한 발상이 박근혜 정부에서 일상적인 통치행위로 이뤄졌다는 사실에 영화계와 문화계는 물론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제 측은 이어 "2014년부터 2015년에 걸친 감사원의 부산영화제에 대한 감사 또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감사원의 집요한 표적 감사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영화제 전, 현직 직원 4명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런며서 이들은 "부산시 또한 이런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 행정지도점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과 검찰 고발 등 부산국제영화제에 가해진 일련의 보복 조치가 부산시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향후 특검이 이런 모든 사태의 전모를 소상히 밝혀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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