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로 보는 세계의 닭’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판화로 보는 세계의 닭’ 특별전이 22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 개막한다. 동서양의 닭 관련 판화와 목판, 서책 등 70여점을 선보인다.
닭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동물이다.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 노릇뿐 아니다. 수탉의 벼슬은 출세와 부귀, 암탉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다.
민간은 닭의 수호초복 기능에 주목했다. 정월초하루 호랑이와 닭 그림으로 액을 물리치고, 상인일 새벽에 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닭은 지네와 천적관계다. 도교를 창시한 장도릉이 닭으로 변신해 지네, 전갈, 두꺼비, 도마뱀, 뱀 등 5독을 없애는 금계천사 부적이 나온 이유다. 불교에서도 금계천사 부적을 받아들여 오불관을 쓴 지장보살상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초하루에 닭 세화를 판화로 찍거나 그려서 대문에 붙였다. 모든 악을 막고 행운이 깃드는 한 해를 기원했다. 경명주사로 찍은 부적을 몸에 지녀 액을 피하고 소원을 이루고자 했다.
특별전에는 한국의 세화 목판화, 민화, 석판화와 탁본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의 목판본과 목판 연화, 부적류가 나온다. 우키요에(浮世繪), 피카소와 샤갈의 석판화, 헝가리의 석판화도 볼 수 있다.
명나라 때 중국 신선들의 이야기인 ‘열선전전(列仙全傳)’에 등장하는 닭 관련 신선인 축계옹도 삽화로 만난다. 축계옹은 기르는 닭 1000마리에게 모두 이름을 지어줬는데, 이름을 부르면 그 닭이 달려왔다고 한다.
【서울=뉴시스】수탉, 피카소, 20세기, 석판화
‘입춘대길 금은만당’이라고 적힌 중국 연화도 있다. 빈 원 안에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이 한글로 여덟 글자를 써넣었다. 붉은 닭이 금과 은이 주렁주렁 달린 돈나무를 짊어진 채 집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다.
백동도 석판화는 닭싸움 풍경을 전한다. 프랑스 화가 폴 자쿨레의 다색판화 속에서는 두건을 쓰고 짚신을 신은 조선인이 투계를 품고 있기도 하다.
【서울=뉴시스】투계도, 폴 자쿨레, 20세기, 다색 목판화
한 관장은 “밤의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인 닭의 불굴의 정신으로 국가에 닥친 환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도약해 세계 속에 빛나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의미로 세계 닭 판화관련 자료를 모았다. 전시회 기간 명주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전통판화 교육도 한다”고 밝혔다.
2017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의 하나인 이번 전시회는 3월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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