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달라는 사람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하겠다는 사람은 없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16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제11대 총재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당선을 위해서는 총 선거인단 23명 중 12명 이상의 지지를 이끌어냈어야 했지만 신 후보는 5표를 얻는데 그쳤다.
신 후보의 낙선은 경기인 출신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비기업인이 아닌 이에게 연맹은 아직 총재직을 내줄 준비가 안 됐다는 쪽이 가깝다.
실제로 그동안 연맹 총재직은 기업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정몽준 현 아산재단 이사장이 1994년부터 1998년 8월까지 초대부터 4대까지 총재직을 맡으며 기틀을 마련했고,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아 6년 간 수장으로 활동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곽정환 통일그룹 회장이 살림을 책임졌고 2011년부터 2년 간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맡았다. 정몽규 회장은 연맹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부터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연맹과 일부 축구인들이 기업인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리그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돈을 마련해 오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신 후보는 대의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신 후보가 축구계의 대표적인 비주류층이라는 점에서 대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기에는 부담스러웠다는 주장도 있다.
신 후보는 투표 직전 열린 정견 발표에서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진영 논리 청산에 할애했다. 챌린지 구단을 위해 클래식 구단들의 양보를 요구하는 발언도 여러 차례 있었다.
특정 기업과 세력들을 척결의 대상으로 지목한 신 후보의 정견 발표를 접한 한 축구인의 "찬성표를 얻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이 같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한국형 샐러리캡 도입 등 신 후보의 여러 공약들이 아직은 불편하다는 시각도 낙선의 원인 중 하나다.
어찌됐든 선거를 통한 총재 뽑기의 첫 판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한다는 총재직에 매력을 느끼는 후보도, 이사들이 매력을 갖는 후보도 아직은 없다는 점이다.
연맹은 정관에 따라 권오갑 총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다음 선거 일정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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