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박원순, 안희정 이어 유승민도
"대선 풍향계", 안갯 속 호남 민심 공략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설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텃밭 호남 민심을 잡으려는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호남 민심이 '대선의 풍향계'라고 보고, DJ의 정치적 고향이자 '노풍(노무현 돌풍)과 안풍(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인 광주와 전남을 앞다퉈 찾아 호남 구애에 열을 올리고 있다.
1년8개월 만에 호남 지지율 40%를 넘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설 연휴를 닷새 앞둔 오는 22일 광주를 찾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지지모임 '포럼 광주' 출범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2시간 남짓 진행될 이날 행사에서는 창립선언문 낭독에 이어 '대한민국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문 전 대표와의 대화, 방송인 김제동의 깐죽토크가 있을 예정이다.
최근 귀국 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조만간 국립 5·18민주묘지와 진도 팽목항을 찾아 민주 열사, 세월호 희생자들의 넑을 기릴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의 호남 지지율(갤럽 1월 둘째주)은 12%로 안철수 민주당 전 대표와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국 평균 지지율(20%)의 반토막에 그쳐 호남 민심잡기에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도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광주로 내려와 텃밭 민심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안 전 대표의 방문은 지지모임 성격이 아닌 국민의당 광주시당 차원에서 추진,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강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빅3를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금남로 촛불집회 후 두 달 만에 광주를 찾아 2박3일 간의 민심 투어를 마쳤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을 겨냥해 "대세론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대세론을 집중 견제했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선 "제2의 박근혜'로 정치를 해선 안될 사람"이라며 특유의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다. 목포 전통시장, 진도 팽목항, 3차례 강연에 이어 15일엔 지지모임 '손가락 혁명군' 출범식에 참여했다.
지난 11일에는 민주당 대권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주를 찾아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한 야권공동 경선과 이를 통한 촛불공동정부 수립"을 제안했다.
또 문 전 대표를 '친문 패권주의'로 규정하며, 국회에 이어 텃밭 광주에서도 강도높은 '문재인 때리기'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를 '기우는 보름달', 본인은 '뜨는 초승달'로 비유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11일 만에 광주를 다시 찾은 뒤 '제3지대 저격수'로 나섰다. "제3지대론은 김대중과 호남을 고립시킨 1990년 김영삼, 김종필, 노태우 3당 야합과 똑같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제3지대 연대 세력을 맹비난했다.
방문계획도 속속 확정되고 있다. 16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방문해 노동과제와 재벌개혁에 대해 강조할 예정이다. 심 대표는 18일을 전후로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할 계획이다.
이어 17일에는 유승민 (가칭)바른정당 의원, 18일엔 다시 박원순 시장, 19일엔 이재명 시장이 또 다시 광주를 찾는다.
호남 만으로 대선에 승리한 순 없지만 호남없이 축배를 들 수도 없다는 절박감이 대선 주자들의 남행열차를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호남은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늘 전략적 선택을 해온 곳"이라며 "바람의 진원지 역할도 했던 곳이어서 설 연휴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호남 구애 작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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