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속 '재벌개혁·열사추모' 촛불…보수, 태극기·십자가 맞불

기사등록 2017/01/14 22:01:53
【서울=뉴시스】이재은 이혜원 기자 = 올 겨울 최강한파 속에서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즉각 퇴진, 조기 탄핵 공작정치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의 한낮 최고기온이 -4도를 기록하는 등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바람도 불어 체감온도는 더 떨어졌지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마음까지 꺾지는 못했다.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과 조기탄핵 ▲공작정치주범과 재벌총수 구속 ▲제2의 박근혜 구실을 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사퇴 등을 촉구했다. 또 '박근혜를 구속하라', '범죄자를 감옥으로', '헌재는 탄핵하자' 등을 외치며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퇴진행동은 오후 4시30분 시민발언대를 열고 집회를 시작했다. 시민들을 비롯해 각계각층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 퇴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 박범신 부지회장은 "날씨가 매우 추운데 광장 나온 이유가 무엇인가. 국민이 선출해 준 권력을 사유화하고 그 권력으로 국정을 농단한 것들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며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고 국정을 농단한 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뿐만이 아니다. 재벌도 한 축에 있다"고 말했다.

 본 집회는 오후 5시30분부터 진행됐다. 가수 한동준씨 등이 무대에 올랐다. 오후 7시부터는 행진이 시작된다. 종전과 같이 청와대·총리 관저·헌재 방면 등으로 행진한다. 삼성 외 다른 재벌총수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롯데와 SK 빌딩 앞 행진도 계획돼 있다.

 시민들은 광화문구치소 박근혜 체포·구속 감옥, 황교안 퇴출 팻말과 등신대, 촛불 탄핵문 등을 들고 행진을 한다. 부패 비리 공범인 재벌총수 구속과 공작정치주범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의 구속을 촉구하는 스티커 부착 퍼포먼스도 벌인다.

 행진 뒤 오후 8시30분께 광화문 광장에서 행사를 마무리한다.

 지난주 촛불집회 때 분신으로 숨진 고 정원스님(서모씨·64)과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도 동시에 열렸다.

 퇴진행동에 따르면 장례위원회는 이날 낮 12시 서울대장례식장에서 정원스님의 추모 문화제와 불교식 발인을 열었다. 관이 나오자 스님들과 추모객들은 뒤를 따랐다. 조문객들은 "박근혜를 체포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발인을 마친 뒤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으로 이동해 노제를 치렀다. 조계사에서 나온 스님들은 불경을 외우고 조문 온 시민들은 정원스님을 추모하고 애도했다.

 이후 정원스님의 영정과 위폐 모시고 조계사에서 청와대 앞, 열린시민공원까지 행진했다. 오후 2시부터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영결식이 이어졌다. 영결식을 마친 뒤 유족과 지인들은 벽제화장터로 이동해 고인을 화장했다. 유골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 금선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광화문광장에서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와 민주승리 국민대회'를 열었다.

 사업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30년 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돼 이 나라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며 "박 열사가 30년 만에 타오른 촛불혁명을 통해 되살아났다. 우리 시민들이 되살아난 박종철을 만나 함께 희망을 노래하고자 한다"고 행사 의미를 설명했다.

 박 열사 형인 박종부씨는 "전 이제 곧 살아오는 종철이를 만날 거다. 시퍼렇게 되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마중할 것"이라며 "그 민주주의를 부둥켜안고 고맙다고, 다신 헤어지지 말자고, 이젠 다시 쓰러지지도 말자고 얘기하겠다. 우린 반드시 승리한다"고 힘줘 말했다.

 행사에 앞서 박 열사가 고문을 당하다 숨진 대공분실 터 갈월동 경찰인권센터와 박 열사 묘소가 있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박 열사 고향인 부산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렸다.

 보수단체도 맞불집회를 열고 기세를 이어갔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앞에서 '9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올 겨울 최강 한파임에도 60~70대가 대다수인 참가자들은 두꺼운 겉옷과 장갑, 손난로 등 방한 용품으로 무장비를 한 채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를 외쳤다. 주최 측은 본집회 시작인 오후 2시께 대전, 대구, 부산 등 지역 회원들이 대거 상경해 약 120만여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애국가와 군가를 반복해 합창한 후 오후 3시50분쯤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50m 크기의 초대형 십자가와 대형 태극기를 들고 충무로와 숭례문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경찰 이날 184개중대 1만47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집회·시위 관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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