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시 도시공사, 5월 단체 등 참여
자문위 "청계천 獨 베를린 장벽 등 고려"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37년만에 공식화하면서 5·18 중요 유적지로서의 가치가 부여된 '광주 1번지' 전일빌딩의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일빌딩 리모델링과 관련, 시의 기본적 입장은 원형 보존이다. 다만 현재 건물기울기 등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이 진행중인 만큼 전면 철거가 아닌 보존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밀진단은 2월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전일빌딩 리모델링 자문위원회와 5월 단체 의견 등을 토대로 우선 탄흔 보존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팀이 꾸려 빌딩 보존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TF에는 광주시와 도시공사, 시의회, 5·18 기념재단, 5월 단체 관계자 등 10명 안팎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탄흔이 무더기 발견된 10층 공간을 원형 보존하는 방안과 빌딩 자체가 5·18사적지로서의 가치가 높은 만큼 10층 탄흔 일부와 3, 8, 9층 외벽에서 발견된 탄흔과 곳곳에서 떨어져 나간 구조물을 한 데 모아 1층 열린공간에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2005년 독일 베를린시의 무상 기증으로 서울 청계천에 조성된 베를린 장벽(길이 3.6m, 높이 3.5m, 두께 0.4m)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시는 당초 건물 3층에 총탄 흔적 전시실을 만들 예정이었으나 10층에서 헬기 사격 탄흔이 150개나 발견되면서 이를 10층으로 통합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밀안전진단 후 리모델링이 정상 진행될 경우 건물 외벽과 내부 기둥 모두 원형 그대로 보존된다. 박병호 행정부시장은 지난해말 출입기자단 현안브리핑에서 "전일빌딩 탄흔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는 현재 지하 1층~지상 10층인 전일빌딩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핵심 지원시설로 조성하기 위해 국비 130억원, 시비 290억원 등 4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빌딩 가장자리 주기둥을 이용, 국내 최대 규모의 촛불조형물을 만들 예정이었으나 원형 보존이 확정되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됐고, 페인트 덧칠로 탄흔이 지워진 옛 도청의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 외벽 전체도 현재 그대로 보존키로 했다. 단, 노후 배관이나 설비, 단열재, 창호 등은 내구성 강한 제품으로 새롭게 교체된다.
자문위 한 관계자는 "헬기 사격은 전쟁 때 살육할 때나 나오는 조치로 국민의 군대가 무고한 시민들을 위해 헬기 사격을 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충격적"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탄흔, 특히 헬기 사격 흔적은 원형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일빌딩은 1968년 7층 건물로 준공된 뒤 4차례 증·개축을 거쳐 현재의 10층 규모를 갖추고 있다. 시는 당초 빌딩을 철거하고, 민주평화광장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복합문화센터 및 관광자원화 시설로 조성한다며 전망형 엘리베이터와 최상층에 스카이워크 설치 등을 계획하고 있다.
정밀안전 진단비 4000만 원은 본예산에 포함됐고, 전일빌딩 보수 보강 예산 80억 원은 시의회 예산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으나 헬기 사격 탄흔이 무더기 발견되면서 올해 1차 추경에서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다.
goodch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