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1일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신년 오찬회 자리에서 기자들을 향해 "한국은 과거에는 뭘 하든 잘 되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되는 게 없는 나라"라며 극도의 위기에 처한 국내 경영환경을 한마디로 이같이 질타했다.
이날은 기자간담회나 공청회 같은 딱딱한 자리가 아니었다. 단순히 새해를 맞아 출입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덕담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자리에 앉은 박 회장은 각종 규제에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경영환경에 대한 안타까움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단체장이 공개 석상에서 오죽했으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며 이렇게 개탄스런 얘기를 뱉어냈을까.
그는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려고 해도 환경 파괴 문제에 직면해 관광산업이 크지 못하고 있는 사례를 들 때는 격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대기업을 비롯 경영계는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행보, 중국이 사드(THAAD)를 빌미로 가하는 직간접적인 압박, 치솟는 물가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은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든, 그야말로 최악의 국면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을 붇돋아주고 난국을 헤쳐나가도록 도와주는 손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대통령의 탄핵으로 리더십을 상실한채 사실상 행정공백에 처해있고, 정치권은 대권과 당파 논리에 휩싸여 자신들 이익만 챙기고자 혈안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박 회장이 주장한 규제완화는 경영계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구책이자 돌파구라 할 수 있다. 즉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은 기업들이 강력히 요구해온 법안임에도 정부여당의 미온한 자세와 야당의 반대에 막혀 있는 상태다. 이 것이 제대로 처리된다면 기업들 스스로 난국을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 정치권이 심각한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상황을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있다면 박 회장의 질타를 깊이 새겨듣고 정치적 타협을 통해서라도 법안을 처리토록 하는 등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박 회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경제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위기상황이다. 즉 당시는 유동성 확보만 하면 살아날 수 있었던 비실물 위기였다면 지금은 새로운 먹거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힘든 실물 위기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영계의 다급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즉각 규제완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 것이 경영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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