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견제시에는 박원순과 공조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이재명 성남시장이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상황에 따라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9일 문 전 대표가 경북 구미를 방문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차량을 막고 욕설을 퍼부은 데 대해 "문 전 대표에 대한 폭력행위는 백색테러"라며 "엄중하고 신속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옹호했다.
그는 "만약 박근혜나 여당 대표 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어땠을까"라며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또 문 전 대표와 함께 '대선 전 개헌 불가' 입장을 내세우며 반 전 총장을 포함한 다수의 대선주자에 각을 세웠다. 이 시장은 "정치 기득권 카르텔을 강화하는 내각 개헌제를 매개로 정치기득권자들이 제 3지대 창당을 시도 중"이라며 "야권 일부는 국민이 불 끄느라 정신없는 틈에 방화범과 손을 잡고 곳간 차지 생각에 여념이 없다"고 강하게 '개헌파'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일 "개헌은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며 "개헌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 전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대선 후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주장한 데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 시장은 또 7일 촛불집회에 참석해 개헌 보고서 논란 관련 "저는 당권 가진 측이 일종 어드밴티지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문 전 대표 측을 옹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시장이 '촛불 정국'에서 큰 폭의 지지율 상승을 보였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 가결 이후 지지세가 한 풀 꺾이며 문 전 대표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성장하지 않는 나무'에 비유, "높지만 성장하고 있지 않은 나무를 넘으면 되지 않는가. 저는 성장하고 있다"고 견제했다. 이 시장이 지지율 반등이 어려워보이자 문 전 대표에 대한 견제를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하면서도, 문 전 대표에게 명분이 서 있을 때는 굳이 '친문'과 척을 지지 않는 전략을 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동 전선을 펴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도 자주 연출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3일 박 시장과 함께 한 행사에서 "언젠간 우리가 하나가 될 것"이라며 대선 전 비문 연대 결성 시도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은 '문재인 때리기'로 일관하고 있어 '투트랙 전략'의 이 시장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개혁에 실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 참여정부를 재현하는 '참여정부 시즌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인 문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이 시장은 당분간 문 전 대표를 견제할 때는 박 시장과 함께 공동 전선을 구축하면서도 문 전 대표가 명분이 서는 주장에는 옹호하는 '투트랙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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