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해당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을 고려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부산 소녀상 설치에 따른 맞대응 차원으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주한 일본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에 대한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을 위안부 합의를 어긴 '가해자'로 몰아세운 데 이어, NHK 방송에 출연해서는 10억엔을 냈으니 "성의를 보여라"고 압박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도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발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28일 합의 후 소녀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취지와 정신을 존중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이번 부산 소녀상 논란 이후에도 일본의 비난에 대한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의 미온적 대처로 인해 일각에서는 소녀상 철거 또는 이전과 관련한 이면 합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대변인은 "이면 합의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위안부 합의는 양국 외교장관이 합의 당시 발표한 그대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위안부 합의는 양국 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본다"며 "합의가 착실히 이행돼 양국 관계가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한일 양국 정부뿐 아니라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위안부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존중하면서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해 상황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하는 것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 대행의 이날 발언은 '상황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해야 하는 주체를 명확하게 하지 않아, 한국의 이해 당사자들에게까지 언행 자제를 당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조 대변인은 "문장 그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아울러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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