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산하기관장 무더기 사표 '약일까 독일까']

기사등록 2017/01/10 15:03:31
인척 비리 등 부정적인 이미지 쇄신, 시정 활력소
 업무 공백, 탑다운, 인사청문 임기말 부담될 수도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분위기 쇄신엔 최적의 카드 중 하나다", "탑다운식 무리한 쇄신은 되레 임기말 부담될 수도"

 광주시가 인적 쇄신과 시정 분위기 반전 차원에서 추진중인 산하기관장 물갈이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산하기관장 대거 교체'는 윤장현 시장이 인척 비리 등으로 침체된 시정에 새 활력소를 불어 넣기 위해 꺼내든 일종의 반전 카드. 산하 공기업과 출연·출자기관장 20여 명 가운데 간판급 9개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표를 제출했다.

 30년 지기는 물론 대학 동문, 보은·측근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이 상당수다. 도시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등 덩치 큰 공기업과 문화재단, 여성재단 등 사회적 역할이 막중한 곳도 여러 곳이다.

 임기 반환점을 넘어 만료일을 불과 1년 반 남겨둔 윤 시장에게는 취임 후 줄곧 발목을 잡아온 측근 비리와 인사 후유증을 상당 부분 털고 갈 수 있다는 면에서 기대감이 적지 않다. 재선 가도에도 일정 정도의 실리를 챙길 수 있다.

 고위 공직자 명예퇴직으로 이어질 경우 인사 숨통을 틀 수도 있다.

 한 측근은 10일 "윤 시장이 고심 끝에 인적 쇄신의 칼을 빼들었는데 이렇게 이른 시일 안에 주요 기관장들이 인사 혁신을 위한 자기희생에 동참할 줄은 몰랐다"며 "쇄신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고 귀뜸했다.

 그러나 우려감도 적지 않다. 당장 업무 공백이 문제다. 사표 수리를 시작으로 공모 방식 결정, 공모 진행, 후보자 추천, 인사청문회까지 통상 2∼3개월, '문제성 인사'가 추천될 경우 수 개월 지연될 수 있다.

 덕망과 능력을 모두 갖추고 시정 철학을 이해하는 적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인선 작업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인사청문 대상기관이 5곳에 달해 청문위원들의 부담도 클 수 밖에 없고 시의회 1개 특위가 2∼3개 기관을 담당할 경우 자칫 '부실 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 등 어수선한 분위기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임기를 1년 여 앞두고 2∼3년 임기 기관장들을 뽑는 것이어서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원자들의 부담도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사표 제출이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결정이 아닌 위로부터의 요구, 즉 '탑다운 방식'이어서 이에 대한 반발도 적잖다.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이동하거나 퇴임 공직자가 추천될 경우 개인 능력에 대한 판단보다는 '고위 관료 노후 보장, 정년 연장용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각 기관의 특성에 맞고 시정에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는 유능한 인사를 영입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사표 수리 여부는 늦어도 다음주초, 새 기관장 인선은 4월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goodch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