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 통해 경제적 약자 부당함 안당해야 '성공 사다리 역동사회' 구축유통업계 입점·납품사 및 파견·알바 노동자에 대한 '갑질' 끊임없이 이어져시혜적 관점 아닌 유통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인 '공정경쟁'을 해치는 갑질 행태가 우리사회에 아직도 고질병으로 남아있다. 사회 전 분야에서 갑을관계의 후진적 모습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긴 했지만 완전한 청산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왜곡된 시스템 속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은 공허한 구호로만 맴돌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 경제계의 고질병인 정경유착 폐해는 달라진 게 없고 공정경쟁을 해치는 갑질 행태도 여전하다. 이번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요구가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론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불만과 개선에 대한 국민적인 열망이 원동력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그동안 갑질 논란 등 불공정거래 문제로 잦은 비판을 받아왔다. 대형 마트와 TV홈쇼핑,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체 등은 소모적인 할인 전쟁과 윤리의식 하락 등으로 입점·납품업체와 파견,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근까지도 '갑의 횡포'는 여전했다. 최근 한 대형 유통그룹 내 외식업체들은 지난 1년간 연차휴가수당과 휴업수당,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은 물론 근로시간을 15분 단위로 기록하는 '임금 꺾기' 등의 수법으로 모두 4만4360명의 근로자에 대해 83억72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적인 비난 여론과 함께 불매 운동이 확산하자 대표를 해임하고 공식사과문을 게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국민적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납품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납품업체의 종업원을 부당 사용하는 등 '갑질 횡포'를 부린 대형마트 3사에 사상 최대 규모인 23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마트 3사가 부당한 납품대금 감액, 부당한 반품, 납품업자 종업원 부당 사용, 부당한 인건비 전가, 서면계약서 지연 교부 등을 통해 납품업체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제품 납품을 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은 납품·입점업체들과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각에서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당장의 이익만 보고 거래하다보니 거래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고 비용이나 위험은 최대한 떠넘기는 것이 합리적인 거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결과적으로 납품·입점업체의 자금사정·투자여력을 약화시켜 이들의 성장기반을 잠식하고 있고 '노력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거래환경'이 조성될 기반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형유통업체들의 개선 노력도 있었다. 지난해 6월 백화점 업계는 40% 이상의 판매수수료는 자율 인하하고 우수 중소기업의 입점과 판로개척을 적극 지원하는 등 자율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중소 입점업체에게 큰 부담이었던 매장이동·인테리어비용·판촉행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불공정거래 점검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도 지난해 7월 '납품업체 애로해소', '중소기업 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자율 개선안을 내놓으며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형유통업체들은 중소 납품 입점업체에 대한 시혜적 차원의 관점에서 벗어나 유통산업 자체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 '갑질' 근절을 통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을 할 경우 가격 인하, 품질 향상, 서비스 개선 등을 가져와 경제 이익을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나눠가질 수 있으며 나아가 유통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이 내놓은 신년사를 보면 올 한해도 '위기'라고 볼 수 있을만큼 경영여건이 녹록치 않다. 갑의 여건이 어려울수록 '갑질'은 더 심해지기 마련이기에 올해에는 또 어떤 행태의 불공정 거래가 나타날지 벌써부터 우려가 앞선다.
어려울수록 正道로 가야한다. 무엇보다 경제의 기본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인 '공정거래', '공정경쟁'은 비단 납품·입점업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소비자들과 최접점에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이 깨달아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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