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박근혜 정면돌파, 이명박은 법적 대응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약 10년 전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대선 마다 등장하는 네거티브전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이번 반 총장의 사례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역대 대선에서는 선거가 임박하면 후보들간의 네거티브 캠페인(상대 후보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비난해 지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선거 운동)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반복되는 것은 단기간 펼쳐지는 선거에서는 네거티브 전략이 큰 효과를 본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는 후보 측은 네거티브 캠페인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두 아들의 병역 비리는 무혐의 처리됐고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 씨는 형사 처벌까지 받았지만 대선은 이미 끝난 뒤였다. 이 때문에 이 전 총재 선대위에서는 상대의 네거티브 캠페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대선 패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네거티브 캠페인 전략을 수월하게 극복한 사례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당시 70대 초반의 상대적 고령이라는 이유로 상대측으로부터 치매에 걸렸다는 공격을 당했다.
당시 여당 소속 K의원은 1997년 11월 당원 필승결의대회에서 "국민회의 의원에게서 직접 들었는데 김대중 총재가 회의 도중 '신기하 의원은 왜 안 보이나'라고 묻는다고 하더라"라며 "괌에서 비행기 사고로 숨진 신 의원을 찾는 것으로 볼 때 김 총재의 정신이 예사롭지가 않다.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 총재를 대통령으로 뽑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다른 토론에서는 "유세현장에서 바로 앞에서 나를 지켜보던 어떤 분이 '치매 걸렸다더니 멀쩡하네'라고 하더라"고 발언, 청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후 치매설 공세는 잦아들었다. 네거티브를 웃음으로 돌파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정면돌파를 통해 네거티브 캠페인 공세에 대응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최태민과의 사이에 딸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당시 "정말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얘기, 나에게 애가 있다는 얘기까지 한다. 애가 있다는 근거가 있으면 데려와도 좋다. DNA검사라도 해주겠다"고 받아쳤다. 이후 딸 출산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7년 대선 당시 BBK 주가 조작 사건 관련 의혹에 휘말렸지만 법적 대응에 나섰고 결국 당선됐다. 박근혜 후보 측이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BBK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파장이 확산되자 이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준 BBK대표를 국내로 송환하는 데 동의하겠다면서 강수를 뒀다.
이같은 역대 사례를 볼 때 반 총장을 상대로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은 네거티브 캠페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귀국을 앞둔 반 총장이 이같은 공세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반 총장의 대응과 이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내년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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