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 김운경 작가의 초기 히트작인데,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덜어내는 대신 '홍식'과 '춘섭', 변방 출신 청춘의 고달픈 서울살이에 주력했다.
절친한 친구였던 제비 홍식에게 배신당한 춘섭이 그와 금방 화해하는 등 몇몇 장면에서 비약이 있지만 줄거리가 단순해져 이해하기 쉽다. 가장 귀에 남는 넘버는 드라마 주제곡 '서울 이곳은'이지만, 드라마에 밀착된 최종윤 작곡가의 넘버, 김성수 음악감독의 편곡도 나쁘지 않다.
극을 상징화한 이미지로 무대 한 가운데에 자리한 커다란 달, 따듯한 색감의 조명 사용, 달동네 풍경을 잘 압축해놓은 고즈넉한 무대, 특히 2막에서 그 달동네가 순식간에 어두운 창고로 변할 때의 리드미컬하고 위풍당당한 회전 무대는 뮤지컬에 낯선 관객들도 현혹될 만하다.
인물들의 성격이 단순화된 것도 그런 분위기에 한몫한다. 뮤지컬 특성상 약해지는 캐릭터와 드라마는 배우들의 가창과 연기력으로 보통 만회되는데, 이필모의 홍식은 능글맞고 고뇌하지만 노래할 때마다 그 깊이가 깨졌다. 인지도 높은 객원 배우는 양날의 검이다. 뮤지컬단 차원에서 스타를 키워야하는 당위성이 인식된 무대다.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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