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명(1912~1957)은 수필집 두 권을 냈다. 여기에 미처 수록하지 못한 수필들이 당시 신문과 잡지에 실린 채 방치돼 왔다.
‘이기는 사람들의 얼굴’, ‘작별은 아름다운 것’, ‘책을 내놓고’, ‘진달래’, ‘마리 로랑상과 그 친구들’, ‘내 한 가지 소원이 있으니‘, ‘노변야화’, ‘오월의 색깔’, ‘결혼? 직업?’, ‘정야’, ‘교장과 원고’, ‘피아노와 가야금’, ‘화초’, ‘예규 공청’, ‘선경 묘향산’ 등 열다섯 편이다.
“세상의 온갖 화려한 것을 다 갖다 놓고 나를 그 속에 넣어놓는 데도 내게서 책을 뺏어 치우고 독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의 금령(禁令)이 내려진다면 단연코 나는 거기서 도망을 계획할 것이다”, “나는 헌 책방에서 책을 뒤적거리다가 가끔 그 책의 내용이 좋아서 보다도 책 꾸밈새가 재미있어도 사 들고 들어오는 수가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는 장정에 특별히 유의를 해주는 화가가 드물기 때문에 책을 낼 때면 나중에 가서 이 장정 때문에 머리를 써야 하는 데서이지만 어쨌든 시집을 펴보다가 여백을 많이 남기고 짠 것을 보면 좋아서 냉큼 사드는 것이 내 버릇이다.”
노천명의 수필은 시와 다르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처럼 ‘고고하고 외롭다’는 것이 노천명 시의 특성이다. 수필은 그 고독을 사랑하고 즐기라고 권한다. “고독은 더 이상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나는 적적한 것과 잘 사귀고 또 좋아질 수도 있다”면서 ‘여백의 즐거움’이 자신의 삶을 지탱한다고 고백했다.
노천명의 미공개 수필을 담은 ‘이기는 사람들의 얼굴’을 펴낸 김상철 스타북스 출판사 대표는 “12월10일은 노천명 시인의 60주기다.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여성 문학가 중 한 명인 그가 남겨 놓은 자산이 너무도 소중해 그를 기리기 위해 ‘노천명 전집’(종결판) 출간 작업을 했다. ‘이기는 사람들의 얼굴’은 노천명 전집 전 3권 중 먼저 출간하는 제2권 노천명 수필 전집이다. 평생에 걸쳐 집필한 115편의 노천명 수필을 모두 수록했다”고 밝혔다.
또 “시인 정지용은 노천명 수필을 가리켜 ‘슬프고 정겹고 향기가 나는 글’이라고 극찬했다”며 “이들 수필에는 강렬한 여성 의식이 깔려 있다. 여성이 정당하게 대접받는 세상을 위해 가부장적 담론에 빠져 있는 남성 중심 사회를 향해 당당하고 용기 있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도 연둣빛 수채화 같은 글솜씨로 슬픔, 눈물, 고통, 외로움, 저항을 행간마다 촉촉하게 적어 놓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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