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부, 무슬림사원 확성기규제법 제안 갈등고조

기사등록 2016/11/17 06:30:06 최종수정 2016/12/28 17:56:25
【로드=AP/뉴시스】유대교도와 이슬람교도가 섞여 있는 이스라엘에서 정부가 무슬림사원의 예배 알림 확성기 방송을 규제하는 새 법안을 16일 국회에 상정했다.  이 법은 하루 5회 기도시간을 알리는 무슬림사원을 겨냥해서 추진되고 있지만 역시 확성기를 사용하는 일부유대교 지도자들의 반대로 좌초했다.  정부는 유대교를 제외한다는 조항을 넣은 수정안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2016.11. 17
【예루살렘(이스라엘)=AP/뉴시스】차의영 기자 = 이스라엘 정부가 무슬림 사원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확성기 사용을 대폭 규제하는 법안을 상정 예고해 무슬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불화가 심한 이스라엘내 유대인과 무슬림의 관계에 기름을 붓는 이 법안은 벤야민 네타냐후총리를 비롯한 추진 세력들에 의해 일반국민의 삶의 질에 관한 문제로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소수자인 아랍인들에겐  초강경의 이스라엘 정부가 점점 더  자신들의 목을 조여오는 느낌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 예배 알림 방송은 인종차별자들보다 전부터 있었고  인종차별자들이 사라진 다음까지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의회내 아랍계 정당 연합 대표인 아이만 오데흐는 말했다.

 이번주에 이스라엘 각료회의의 찬성을 얻은 이 법안은 이스라엘내의 모든 사원에 적용되며 예배를 알리는 확성기의 볼륨을 규제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 법안의 추진자인 유대교 국수주의 정당의 한 의원은 이 법의 별명이 "무에진( 기도를 알리는 사람) 법"인 것처럼 실제로는  회교사원들의  확성기를 겨냥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독실한 무슬림은 하루에 5번 기도하는데 새벽5시에 첫 방송되는 기도 알림방송의 소리는 근처에 사는 유대인주민들까지도 잠을 깨게 만든다는 것이 입법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도 각료회의에서 " 확성기 방송의 횟수가 너무 많아서 수많은 유대인 국민들이 종교와 종파와 관계없이 이 소음에 대해 항의하고 규제를 요구해왔다"고 강조하고 이스라엘은 모든 종교를 허용하는 자유국가이지만 그래도 정부에게는 지나친 소음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보호할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아랍인구는 이에 크게 반발하고 정부와 유대인들이 점점 더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아랍인들은 대체로 빈곤하며 유대인에 비해 교육도 덜 받고 인종차별과 공공서비스의 부족등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  매파 정치가들은 아예 아랍인들도 국민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해 총선 때 네타냐후는 "아랍유권자들이 떼를 지어 투표소로 나가고 있다"고 매파 지지자들을 자극해서 투표율을 올리려했다가 인종차별 비난이 거세게 일자 나중에 사과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엔 이미 소음규제법이 있기 때문에 종교사원의 확성기 알림방송을 따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 네타냐후의 보수당 정부와 대립하던 일부 자유주의 정치인들까지도 새 규제법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6일로 예정되었던 의회내 투표는 정통유대교의 의원들이 유대교의 안식일과 경축일들을 알리는 확성기가 전국의 유대교 성전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일단 제동을 거는 바람에 불발되었다.  이에 이 법에서 유대교 사이렌은 제외하도록 수정안을 낼 경우 통과시키겠다는 의견이 제기돼, 장관회의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무슬림 사원의 예배 알림 방송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어왔다. 아일랜드에서는 모스크를 신축하려면 확성기로 기도시간을 알리는 것을 하지 않기로 동의해야 허가가 나온다.  이 나라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웃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를 수락, 1996년부터 방송없는 모스크 수십곳이 문을 열었다.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공식 회교사원 160곳중에서 약 30개만이 기도 알림방송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불평을 해도 당국에서는 종교의 자유에 속하며 지나친 소음만 일반 소음규제법으로 단속한다는 입장이다. 극우파 정당들이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일부 지방 선거에서는 이 문제를 제기해 득을 본 정당이 있어서 2017년 선거에서는 난민 증가의 분위기를 타고 득세를 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에서는 지방도시와 마을 위원회에서 새벽 알림만 자제하도록 하고 있으며 무슬림 사원이 예배를 하루 세번만 알리게 하는 온라인 청원이 시작되었지만 이를 국회에 보내는 데 필요한 10만명 서명은 요원한 실정이다.

 프랑스에서는 규제가 전혀 없는데도 무슬림 사원들 스스로 비신도 주민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기도 알림방송을 아예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방송은 하지 않으며 하더라도 주변  주택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중동 지역에서는 기도를 알리는 확성기 방송이 어디에서나 통용되며 생활화되어 있고 파키스탄 만이 정치적 영향력을 우려, 규제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기도 알림 방송 대신 녹음된 음향을 쓰는 제도를 실시하려 했지만 거센 반발에 새로운 제도가 발붙이기 어려워, 정부에서 회교사원에 장비를 사주는 조건으로 협상을 하고있다.

 cm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