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펠리에 정착 코레그라피 무용단 설립
지난해 '페스티벌 코레디씨' 기획 성황
한불 문화교류 지방까지 확대 양국 주목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1999년 일간지 지면에 3남매가 처음으로 대중무용을 선보인다는 기사가 큼직하게 실렸다. 당시에는 드문 프랑스 유학파이자, 무용가들로 화제가 됐다. 현대무용가 남정호(64), 마임이스트 남긍호(53), 재불무용가 남영호(50)가 주인공이었다.
현재 한예종 무용원 창작과에 재직 중인 남정호 교수는 프랑스 장-고당 무용단 단원을 역임(80~81년)했고, 남긍호는 마르셀 마르소 마임학교를 나왔다. 막내인 남영호는 파리에서 무용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재기발랄하면서도 실력을 갖춘 이들의 무대는 공연계에 신선함을 꽃피웠다.
오빠와 언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활동하는 반면 막내는 파리에 남아 무용 현장을 지키는 무용가이자 안무가로 변신했다.
최근 파리에서 오랜만에 서울로 날아온 그는 우리 문화를 파리에 소개한다는 사명감에 들떠있었다. 남영호 안무가는 "메일로 소통이 한계가 있어 직접 한국의 무용가들과 공연팀을 만나러 왔다"고 활짝 웃었다.
오빠 언니와 달리 파리에 남은 그녀는 당찼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유학간 파리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고교를 졸업한 한 친구가 부모 도움없이 살아가고, 또한 어떤 공연을 위해 기획서를 직접 작성하는 것을 보고, 아이같이 살아온 한국에서의 생활 패턴을 버리고 독립심을 키웠다.
동양에서 온 무용수로서 인정받았다. 1992년 무용수로 몽펠리에 무용단에 입단한 뒤 1999년 프랑스 파리 납부지역에 있는 몽펠리에서 자신의 무용단 코레그라피를 설립했다. 무용 연수를 위해 방문한 프랑스 남부 지방의 지역 '몽펠리에'에 매혹되어 이후 몽펠리에 인생의 짐을 풀었다.
열정으로 뭉친 그녀는 한국인으로서 무용가로서 몽펠리에서 빛났다.지난해 몽펠리에에서 그녀가 예술감독을 맡은 '제1회 페스티벌 코레디씨'(Coree d'ici·여기 한국이 있다)를 개최해 화제가 됐다.
"언니, 오빠 덕을 봤다"며 활짝 웃음을 보이는 그녀는 "예기치 못한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지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 '제1회 페스티벌 코레디씨'는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파리와 서울 등 양 나라의 중심부에서 진행되던 여러 문화 축제의 외연을 지방으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불 수교 120주년인 2006년 당시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와 협업하기도 했던 남 감독은 "10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작업하고 싶지 않았어요. 새로운 곳에서 여러 장르를 합쳐 양국의 문화 교류에 새로운 물꼬를 틀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코레디씨'는 남 감독과 한국의 난장컬처스(예술감독 주재연)가 협력해 만든 민간주도형 한국문화 페스티벌이다.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 공연예술, 전시, 워크숍, 체험, 한불 협업, 컨퍼런스 등이 어우러진다.
'제2회 페스티벌 코레디씨'는 오는 11월 3일부터 10일까지 몽펠리에 중심으로 열린다. 남 감독은 한국 예술가 등의 섭외 건으로 올해만 해도 여러 차례 몽펠리에와 서울을 분주히 오갔다.
지난해에는 2500명이 몰리며 성료했다. 남 감독이 20여년 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로 시의 공공 공연장 등을 무료로 대여하는 등 큰 역을 맡았다.
오랫동안 전통무용 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 송인호의 사진전과 함께 전통의 미를 알리기 위한 설치작가 송은주의 장소 디자인, 관광 분야 한불 컨퍼런스, 한국영화 상영, 한국 문화 체험전 등을 위해 약 20명이 육박하는 한국 예술가들이 현지로 날아간다.
특히 사물놀이 팀인 노니가 몽펠리에 오페라 극장의 정식 초청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다시 공연한다. 전통무용수 최은규와 함께 사물놀이와 전통무용이 결합된 공연을 선보인다. 노니는 특히 현지 개런티를 받고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노니는 또 한국 전통음악 앙상블 그룹인 오소리와 함께 프랑스 일렉트로 뮤지션들과 레지던시를 통해 실험적으로 제작한 '몽 아리랑(Mon Arirang)'도 선보인다. TIMP의 예술감독이자 작곡가인 최우정이 총괄지휘를 한다.
"작년 노니 팀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올해 정식 초청을 받은 이유죠. 몽펠리에는 파리처럼 대도시가 아니지만 역동성이 넘쳐요. 젊은 인력들이 많죠. 현지 뮤지션들과 협업을 통해 우리 전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남 감독은 "그간 한국과 프랑스의 교류는 주로 파리와 리옹 등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소개돼 왔다"며 "그러나 프랑스 남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스위스 등으로 연결되는 문화적 파급력을 지녔다"며 한국문화의 소개가 필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프랑스 문화정책을 접하며 느낀 것도 많다. 한국에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프랑스는 문화 지원이 많은 곳이죠. 정부의 문화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는지를 보여줘요. 저희 문화 정책은 프랑스랑 비슷해요. 근데 기업 협찬 위주로 진행하는 미국, 영국 식의 문화를 따라 가려고 하죠. 우리가 문화와 예술이 몸에 배어있는 민족인 만큼 정책적으로도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문화 예술은 디테일에서 시작을 한다고 했다. "상업, 경제처럼 될 수 없죠. 머리로 알고 있어도 실천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문가들의 세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남영호 감독은 "쉰살이 넘은 현역무용수"라며 "내년에 은퇴 무대를 갖고, 본격적으로 예술 행정 기획에 뛰어들겠다"고 했다. 내년에 펼치는 '시댄스'가 공식 은퇴 무대다. "무용수는 그만 두지만 안무는 계속 할 겁니다. 무엇보다 예술기획은 제 삶의 다른 시작이에요. 몽펠리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유치하고 지원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전파할 계획입니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