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에 동양 뺏긴 '삼표', 레미콘 시장서 입지 '위축'

기사등록 2016/10/21 15:13:16 최종수정 2016/12/28 17:48:55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유진 기업이 사실상 ㈜동양의 경영권을 확보함에 따라 삼표 레미콘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삼표는 레미콘 1위 자리를 유진에게 내주는 것은 물론 향후 시장 헤게모니 싸움에서도 밀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동양은 지난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유진기업이 제출한 '정관 변경의 건'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12월 중에 개최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19일 유진이 동양의 총 지분율을 27.50%에서 30.03%로 끌어 올린 지 하루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임시 주총에서 정관이 바뀌어 유진이 이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유진은 동양의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앞서 유진기업은 동양의 경영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올 초에도 동양에 현재 10명(사외이사 3명 포함)인 이사회 정원을 총 13명으로 늘리고, 자사가 요청한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의결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삼표가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가진 의결권 5%를 동양에게 위임하는 등 유진기업의 경영권 확보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무산됐다.

 이후 유진기업은 장내매입을 통해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 그 결과 현재 특수관계인(유진투자증권·현대개발·현대산업)을 비롯해 총 30.03%(7168만여주)의 지분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유진이 무난하게 동양의 경영권을 인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유진이 동양 지분율을 30% 넘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도 마쳐 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상태기 때문이다. 향후 기업 공시 등에 있어서도 동양 실적이 재무재표에 반영된다.   

 다만 유진이 확실히 경영권을 얻기 위해서는 연말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진 참석주식수의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유진은 의결권 기준으로 3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유진기업이 어떻게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장악 여부와 시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표도 유진에게 동양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인수를 막을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진의 동양 경영권 인수는 시간 문제"라고 전했다.

 ◇삼표-유진, 부산 감천항 유휴 부지 놓고 '불편한 동거'

 삼표 입장에서는 유진이 동양을 인수하면 큰 타격을 받는다. 동양은 단순히 레미콘 사업을 넓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기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산에 있는 동양 시멘트 레미콘 공장 경영에 고충이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 동양은 부산에 레미콘 공장과 유휴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 옆에는 삼표가 인수한 동양시멘트 부산 공장이 길 건너에 위치하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삼표에 인수되기 전에 동양의 자회사였기 때문에 두 공장이 인근에 붙어있었다.

 하지만 유진이 동양의 유휴지를 확보하게 되면 삼표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삼표의 동양 시멘트 공장이 항구와 바로 맞닿아 있지는 않아 시멘트를 옮기기 위해선 동양이 보유한 유휴지를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삼표는 이 때문에 동양시멘트 인수 이후 동양의 부산 레미콘 공장과 유휴지의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부산 지역의 시멘트와 레미콘 공장을 확보하고 유휴지에 모래·자갈 등의 원자재 공급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진기업이 동양을 인수하면 삼표는 유진이 부산 지역에서 레미콘 사업 확장을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럴 경우 삼표는 부산 지역뿐 아니라, 전체적인 레미콘 시장점유율을 유진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표, 유진에 1위 자리 모두 빼앗겨

 유진은 동양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삼표에게 빼앗겼던 레미콘 시장 1위 자리도 재탈환하게 된다. 유진은 지난해 9년간 지켜오던 레미콘업계 1위 자리를 삼표에 내줬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가 발표한 '2015년 레미콘 통계연보'에 따르면 삼표는 계열사 실적을 합쳐 수도권에서 전년보다 31.6% 늘어난 653만㎥의 레미콘을 출하했다. 유진그룹의 실적(604만㎥)을 49만㎥나 앞서면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전국 출하실적도 삼표가 전년 대비 32.5% 늘어난 757만㎥를 달성하며 1위에 올랐다. 계열사 물량을 더한 유진의 전국 판매량 744만㎥보다 13만㎥ 많았다.

 하지만 유진이 동양을 인수하게 되면 전국 41개 공장에서 1000만㎥ 이상의 레미콘을 판매하는 공룡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공장 수에서도 유진은 삼표를 뛰어넘는다. 현재 삼표는 계열사를 합쳐 26곳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유진이 동양을 인수하면 기존 25곳에서 동양의 16곳을 더해 총 41곳이 된다. 삼표보다 15개 많은 공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 수치는 직영 공장 기준이며, 임대 공장까지 합치면 총 53개의 공장을 운영하게 된다.

 점유율에서도 유진은 4.9%에서 6.6%로 올라 삼표(5.0%)를 따돌리고 1위 자리를 되찾는다.

 업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도권 출하량 1위도 유진이 가져간다. 동양의 안양, 인천, 파주공장 출하실적을 합치면 총 662만㎥로 삼표의 출하 능력인 653만㎥를 근소하게 앞선다. 수도권 점유율도 유진은 10.5%에서 11.5%로 늘어나면서 삼표(11.3%)를 제치게 된다.

 업계관계자는 "삼표가 최근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을 모아 유진의 동양 인수를 막으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사실상 삼표가 IPO를 포기하면서 유진 쪽으로 기운 거 같다"면서 "동양이 유진에게 넘어가면 삼표 입장에서는 동양 시멘트를 인수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km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