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영란법 2년 후' 한국은 어떻게 변했을까

기사등록 2016/09/20 14:08:19 최종수정 2016/12/28 17:39:53
【세종=뉴시스】백영미 기자 = 2014년 10월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법이 시행됐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 이른바 단통법.

 휴대폰 종류별로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해 소비자가 보조금을 공평하게 지급받도록 해 누구는 싸게, 누구는 비싸게 휴대폰을 구매하는 이용자 차별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단통법은 하지만 소비자와 대리점, 판매점 등 휴대폰 유통 시장에 연계된 많은 이들을 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유통망 직원들은 단통법에 맞춘 영업 방식, 고객 응대 매뉴얼 등을 '벼락치기'로 공부하며 허둥댔다. 소비자들 역시 어떻게 바뀌는 것인지 파악이 안돼 분위기를 살펴야 했다. 새 법은 작동했지만 이해 당사자들은 정체를 잘 몰랐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후.
 우리나라는 또 다시 비슷한 혼란에 빠졌다.

 이달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 법도 고질적인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도입 배경만 놓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법 운영주체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도, 대상자인 공무원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권익위는 현재 중앙부처, 정부 유관 기관을 찾아다니며 김영란법을 설명하고 있다. 기본 취지까지는 일사천리.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용례를 따지면 곧 바로 모호한 안갯속에 갇힌다. 쏟아지는 다양한 질문들에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한 채 얼버무리기 일쑤다.

 공무원들은 아예 고개를 젓는다.

 "국정감사 기간이 아닐 때는 3만원 이하만 지키면 되지만, 국정감사 기간에는 국회 관계자와 3만원 이하 식사를 해도 법에 위배된다. 액수와 관계가 없다. 적용 기준이 복잡해서 그냥 따로 밥을 먹거나, 같이 먹고 더치페이를 하기로 했다." (세종시 한 공무원)

 법 시행을 코 앞에 두고 펼쳐진 모습이 단통법 시행 초기 풍경과 정확하게 겹쳐진다.

 단통법은 확실히 이용자 차별을 줄였다. 다만 통신사 보조금(통신사가 구매자에게 지급하는 것)과 유통망 장려금(제조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것)을 구분하는데 실패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영란법도 확실히 우리나라를 ‘청렴 사회’로 출발시킬 것이다. 다만 여전히 해석이 분분한 애매모호한 법규를 안갯속에서 건져내지 못한다면 법의 목적보다 한계만 확인할지도 모른다.

 아직도 김영란법 적용기관 중 직원들에게 이 법을 제대로 교육했거나 매뉴얼을 만든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법 시행을 실감하지 못하는 대상자들도 적지 않다.

 지금부터 또 다시 2년 후.

 김영란법 영향으로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까.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