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일주일 동안 경주 인근에서는 여진이 400차례나 일어나고 있다. 특히 19일에는 진도 4.5규모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경주 여진 발생횟수는 2009년부터 작년까지 7년 동안 일어난 지진 396회를 넘어선 수치다.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대지진'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미흡하지만, 우리나라 관측 사상 역대 최강 지진이다. '지진의 본고장' 일본이 보기엔 코웃음 칠 만한 위력의 지진이겠지만 우리나라가 받은 충격은 여느 대지진 못지않았다.
대부분 시민은 갑자기 세상이 흔들리는 지진을 처음 경험했다.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나왔고,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이 같은 지진 상황에서 나온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꽃다운 수백 생명을 앗아간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당시 나왔던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일부 학교는 불안에 떠는 학생들에게 늘 그렇듯이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해 빈축을 샀다. 대부분 학교가 지진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안전하니 야간자율학습을 계속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어떤 학교는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킨 교사가 교장에게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재산 피해도 상당하다. 현재까지 추정 피해액은 100억원에 달하고, 경주에 밀집된 한옥마을과 문화재 피해도 심각하다. 특히 첨성대는 기우는 속도가 20년 이상 빨라졌다고 한다. 매년 1㎜씩 기울던 첨성대가 이번 지진으로 20㎜나 기울었다. 이 밖에도 국보급 문화재 등 피해도 60건에 달한다.
추석 연휴를 맞아 신라 천년 고도 경주를 찾을 예정이던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경주에 위치한 숙박업소 65%가 해약을 겪었고, 관광객은 60% 이상 줄었다. 간접적인 재산 피해로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시민이 겪은 공황과 공포다. 원전이 대규모로 밀집한 영남지방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한 위험을 현실감 있게 보여줬다.
우리는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수도 없이 진단하면서도 정작 대처는 미온적이지 않았을까. 경주 지진이 한반도에 남긴 것은 무엇인지 위클리 뉴시스에서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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