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뜯어보니…"기대와 우려"

기사등록 2016/09/02 06:50:41 최종수정 2016/12/28 17:35:39
【서울=뉴시스】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시범사업지 한강로2가 조감도 (자료 제공=서울시)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첫 삽을 뜨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이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고 있다.

 서울시는 1일 역세권 청년주택 시범사업지로 한강로2가 용산구 백범로99가길 22 일원(1088세대), 충정로3가 서대문구 경기대로 18 일원(499세대) 2곳을 선정해 오는 11월 착공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지는 이르면 내년 말부터 청년들에게 공급한다. 가구당 전용 면적은 공공임대 45㎡ 이하, 민간임대 60㎡ 이하로 설계된다. 주택 품질의 차이는 없다.

 시는 같은 건물 안에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해 '2020 서울형 청년보장'의 4대 분야(살자리·일자리·설자리·놀자리)가 공존하는 이른바 '청년마을'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번 시범사업지를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사업 규모를 2만5852호(공공임대 4830호·민간임대 2만1022호)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낙후한 역세권에 '청춘의 바람 부나'

 시는 한강로2가 시범사업지에 청년주택을 짓기 위해 용적률 250%이던 3종일반주거지역·일방상업지역을 용적률 964.57%의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했다.

 이로써 다양한 청년 커뮤니티 시설(약 7100㎡)을 갖춘 지하 7층, 지상 37층 규모의 아파트 2개 동이 들어서게 됐다. 공공임대는 371세대, 민간임대는 717세대다.

【서울=뉴시스】한강로2가 시범사업지 위치도 (자료 제공=서울시)
 지하 1층에는 휴게실, 마을기업생산품 판매장, 쿠킹스튜디오, 공동부엌, 체력단련실, 체육교실 등 여가 커뮤니티 시설과 실습장, 배움터, 디지털열람실, 홍보·문화·전시관 등 지역 네트워크·청년활동 지원 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상 2층에는 인큐베이팅, 카페형 코워킹룸, 소규모 회의실, 열람시 등 교육지원 시설과 문서보관실, 데이터자료실, 사무실 등 업무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특히 이 사업지는 삼각지역 6호선과 4호선의 교차역세권에 위치해 교통여건이 좋다. 합정·신촌 방면의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이화여대와 성북 방면의 고려대, 성신여대, 한성대 등으로 이동하기 쉽다.

 아울러 주변에 창업지원센터, 청년활동 공간 등이 인접해 청년인프라 확보 및 활동연계, 정보공유 등 다양한 청년지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충정로3가 시범사업지는 기존 제3종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용적률 465.9%)으로 용도 변경해 지하 6층, 지상 26층 규모의 아파트 2개 동을 짓는다.

 이 아파트는 A동 144세대, B동 355세대로 총 499세대가 입주한다. 민간임대가 450세대로 대다수를 차지하며 공공임대는 49세대뿐이다.

 커뮤니티 시설(약 1900㎡)은 160석 규모 공연장 등 문화·예술 관련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세군 아트홀과 충정로 난타극장, 추계예술대 등이 인접해 있어 청년 문화예술 창조마당을 조성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서울=뉴시스】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시범사업지 충정로3가 조감도(자료 제공=서울시)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청년주택 공급으로 서울시내 전반적인 임대료가 낮아질 것"이라며 "뉴스테이와 같은 개념이지만 낙후한 역세권을 개발해 청년주택을 짓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주차장 설치 완화…'역세권 교통난 가중' 우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27조 1항'에 따르면 30㎡ 이상의 원룸형 주택은 세대당 0.6대, 30㎡ 미만은 세대당 0.5대 이상의 주차장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을 전용면적 30㎡ 이하 세대당 0.25대, 30㎡ 초과~50㎡ 이하 세대당 0.3대로 주차장 기준을 낮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는 "주차 대수의 10% 정도를 '나눔카'로 확보해 필요할 때마다 빌려 탈 수 있게 했다"며 "역세권에는 차 없는 주거 문화를 확산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시의 이번 결정으로 역세권 주변 교통난이 더욱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구덕 서울시의원은 지난 5월 제267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지금도 교통난이 심각한 역세권에 주차장 설치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충정로3가 시범사업지 위치도 (자료 제공 = 서울시)
 ◇고가 월세 우려…"토지주·사업주 돈벌이 수단"

 시가 시범사업지에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전체의 26%인 420세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민간임대주택 1167세대는 8년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면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역세권 난개발과 청년층 주거난을 심화할 청년주택 공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역세권 청년주택은 뉴스테이와 같은 고가의 민간 월세주택"이라며 "결국 해당 주택은 토지주와 사업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며 오히려 주변의 집값을 자극해 청년층들의 주거난을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시범사업이 추진될 충정로역 주변 시세는 전용 59㎡형의 경우 전세보증금 4억원, 월세 보증금 2억원, 월 임대료 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삼각지역 역시 59㎡·84㎡ 전세보증금이 각각 5억·6억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를 근거로 경실련은 서울시가 고가 월세 주택으로 공급될 수 없도록 초기 임대료를 철저히 통제해야 하며, 의무임대기간을 20년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초기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는 60~80%, 민간임대는 90% 이하 수준에서 토지주와의 협의 등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 국장은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입주한다"며 "지역별로 주변 시세가 달라 추후에는 시범사업지보다 저렴한 청년주택도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odong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