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민미술관(관장 김태령) 함영준 책임큐레이터가 김용익(69)화백을 주목했다.
그의 화업 40여년을 통해 시대별 정치, 사회, 미술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해냈다. 함 큐레이터는 "1970년대 단색화 시기부터 2010년대 공공미술 이후까지 이어지는 한국 현대 미술사의 결정적 쟁점들이 그의 작품에 기록되어 있다"고 짚었다.
9월 1일부터 일민미술관 1, 2, 3 전시실에서 풀어내는 이번 전시는 김용익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선보인다. "김용익의 작품은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미술가로서 고뇌했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취지다.
단색화와 민중미술, 대안공간 운동과 공공미술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미술인으로 활동해 온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김용익은 누구인가.
작가의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캔버스에 같은 크기의 원이 리듬 있게 배치된 ‘땡땡이 작업’이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작가의 희미한 메모와 그리고 덮기를 반복한 자국, 얼룩지고 삭은 세월의 흔적들이 모더니즘의 정밀하고 완결된 화면에 균열을 가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방법론을 심화시켜 2000년대까지 '절망의 완수'시리즈가 이어졌다.
1990년대 말부터 김용익은 미술행정에도 뛰어들었다. 광주비엔날레 정상화와 관료적 문화행정 철폐를 위한 범미술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아트 스페이스 풀의 운영에 참여했고, 공공미술과 관련한 각종 기획을 했다. 또 양평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환경 및 지역 미술 운동에 관심을 두었다.
그는 시신을 염하고 장례를 치르는 듯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 동안 많은 전환을 거쳐온 작업 여정을 스스로 반성하고 정리한다. 이번 전시에 '원 왕생', '지장보살-1', '풍장'등 관 시리즈 신작 10여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굵직한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한 작품을 통해 작가가 자기 자신, 미술,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많은 변화를 거쳐온 작업의 여정을 스스로 정리하는 형식의 신작들과 함께, 작가의 지난 40년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카이브도 마련했다.
작품 세계를 이해해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지난 40여 년간 주요 전환 지점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를 초대하여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과 모더니즘, 대안공간운동, 공공미술 등 작가가 천착했던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다각적인 시점에서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관람료 4000~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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