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아파트 14층 김모(54·여)씨의 집에서는 지난 19일 오전 6시30분~7시45분께 김씨와 아들(26)이 흉기, 둔기로 딸(25)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1일 해당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A(50대)씨는 "3년 전 이 아파트에 이사온 김씨는 말수가 적어서 집안 일 등을 물어볼 수 없었다"며 "김씨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층수 버튼이 있는 구석쪽에 고개를 숙인 채 서있곤 했다. 김씨에게 인사를 건네면 '네'라고만 하고 조용히 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 집에는 가끔 종교인들이 단체로 방문했었는데 조용히 있다가 돌아갔다"며 "평범한 이웃에게서 이러한 일이 생길 것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애완견(푸들)을 아파트 밖으로 데리고 나와 산책을 시켰고 직접 안아주며 아꼈다고 주민들을 말했다. 김씨의 애완견은 집에서 자주 짖어 이웃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씨는 사건발생 하루 전인 18일 집 안에 있던 화분을 아파트 1층 화단에 내놨다. 1층 화분 앞에 놓인 노트에는 '이곳에 있는 모든 화분들을 가져갈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주민 B(여)씨는 "김씨가 18일 아파트 화단에 화분을 내놓고 정리하는 것을 봤다"며 "사건 전날 화분을 왜 내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9일 사건 발생 후 김씨의 집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이웃들은 "19일 개가 짖지 않은 것 이외에 특이사항이 없었다. 오후 2시께 집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봤는데, 이런 일이 있어났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와 아들은 범행 후 집 밖으로 나와 아파트 주변을 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C씨는 "김씨 모자가 19일 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마트에서 물을 사마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끔찍한 범행을 한 후 평범하게 아파트 주변을 배회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흥경찰서는 이번 사건이 특정종교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경위와 범행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아들, 딸과 함께 악귀가 들린 애완견(푸들)을 죽였는데 악귀가 딸에게 옮겨가 딸을 살해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음식물 섭취나 약물투약으로 인한 살인 가능성을 두고 김씨 등에 대해 혈액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의문 투성이인데, 김씨와 아들이 검거된 뒤 말을 하지 않고 있어서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며 "오늘 오후 2차 진술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아들은 19일 오전 시흥시 모 아파트 14층 집 화장실에서 딸을 흉기,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숨진 딸의 목부위를 흉기로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와 아들, 딸은 15일부터 밥을 먹지 않았고, 18일 밤부터 집에서 잠을 자지 않고 얘기를 하다가 19일 오전 6시께 애완견을 흉기와 둔기로 죽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와 아들은 21일 살인, 사체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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