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대 학생회장들, 개강 때 '전교생 수업 거부' 추진 검토

기사등록 2016/08/19 18:47:35 최종수정 2016/12/28 17:31:59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 사퇴 촉구 행진을 마친 뒤 ECC에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2016.08.13.  kkssmm99@newsis.com
회장단, 개강 후 학생회 차원 '학교 압박' 큰 틀 공감
'채플 거부' '등록금 납부 거부' 제안도 거론
총학생회장 "실행 가능하나 학생들 의견수렴 우선"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가 다음달 개강을 기점으로 재학생들의 '단체 수업 거부' 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열린 제31차 이대 중운위 회의 서기록에 따르면, 총학생회장 및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안건으로 현재 사태와 관련해 개강 후 새롭게 펼칠 '재학생 중심 행동'을 올렸다.

 중운위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각 단과대학 학생회 대표 집단이다.

 이대 학생회는 학생들 이익을 대변하는 구심점이자 대표성을 가진 공식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방학 기간 이어지고 있는 본관 점거 농성 사태에서 거리를 두고 뒤로 물러나 있다. 따라서 개강으로 전교생이 학교에 나오게 되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제대로 된 역할을 도모해야 하는데, 그 같은 취지에서 '수업 거부'가 유력하게 거론된 것이다.

 중운위 회의에서 회장단은 9월 들어 학생회 차원의 '학교 압박'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 일단 공감했으며, 학생들 의견 수렴에 착수하자는 단계까지 합의했다.

 이어 학교 압박의 구체적 형태로 '수업 거부', '채플 거부', '등록금 납부 거부' 등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한 학생 자치회 간부는 "개강 대응을 현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시일을 빠르게 할 수록 좋을 것 같다"며 "단체 수업 거부가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한 단과대 참석자는 "등록금 납부 거부와 채플 거부는 이미 '비원'에서 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다른 안을 학생회 차원에서 가져오면 오히려 분산 될 것 같다"고 수업 거부에 무게를 둔 의견을 냈다.

 비원은 이대 커뮤니티 사이트 '이화이언'의 익명게시판 '비밀의 화원'을 줄인 것이다.

 최은혜 총학생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수업 거부 등은 개강 후 학생 차원의 어떤 행동에 돌입하게 된다면 실행 가능한 방법으로 나온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결정된 건 없다.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우선"이라고 말을 아꼈다.

 등록금 납부 거부의 경우는 기간 상 이미 납부한 학생도 있는 등 현실적으로 관철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추진 대상에서 일단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학교로부터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철회 약속을 받아낸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 점거 해제의 조건으로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학생들 요구와는 달리 최 총장은 4일 오후 이대 전체 학생, 교직원, 동문에게 이메일을 보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사퇴에 대한 내용은 담지 않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016.08.04.  20hwan@newsis.com
 실제로 중운위 회의에서는 각 단과대 학생회장이 학생 여론을 파악해야 할 부분으로 '수업 거부'와 '채플 거부' 만을 최종 결정했다.

 만일 대표기구 차원에서 수업 거부로 최종 안이 결정된다면 학생들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생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로는 총장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수업 거부에 상당수가 지지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여러가지 리스크도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총의를 모으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9월 초에 열리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넘어 학생총회까지 거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총학생회장단, 각 단과대 대표, 각 전공(학과)대표, 동아리연합회장과 분과장 등 선출직 학생임원들의 전체회의(정족수 약 140명 내외)이다.

 학생총회는 모든 재학생이 참석대상이며 재적인원의 10% 이상(1500여명)이 참석하면 성사된다.

 중운위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단체 수업 거부가 우려스러운 건 학생들이 최대한 피해를 안 받도록 해야한다는 점"이라며 "재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던가 학점을 채워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관 점거 농성 참여자들을 지지하는 재학생들이 이미 대규모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대 정문에 부착된 현황 게시판에 따르면 최 총장 사퇴 요구에 서명한 재학생은 7962명이다. 총 재학생(1만5315명)의 절반이 넘는다.

 게다가 이는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철회 사태 초반에 집계된 수치로 현재는 더욱 늘었을 수 있다.

 중운위는 지난 11일 학생처가 "사태해결에 총학이 나서달라"며 제안한 간담회를 거부한 바 있다. 직접 개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 중인 학생들과 사실상 뜻을 같이 한 것이다.

 중운위는 학생처가 공문에서 "재학생 대표기구의 역할과 권위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초래하였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본 사태가 장기화된 원인은 학교 본부가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에 있다"고 반박했다.

 af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