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이 개봉 19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국내 개봉 영화로는 18번째 1000만 영화이고, 한국영화로는 14번째 1000만 영화다.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중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작품은 '부산행'이 유일하다.
'부산행'은 한국 재난영화의 진일보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재난영화로서의 긴장감과 역동성을 구현하면서 그 안에 가족애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는 데 성공했다. 또 '좀비'라는 소재를 국내 관객 정서에 적절히 녹여내는 연출력과 함께 배우들의 좋은 연기도 이 영화의 성공에 기여했다.
하지만 '부산행'은 개봉 전 '관객 반응 모니터링'이라는 명목 하에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진행해 영화계 질서를 흐린다는 비판도 받았다.
'부산행'은 어떻게 1000만 영화가 될 수 있었는지, 이와 함께 왜 '부산행'의 1000만이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는지 하나씩 짚어봤다.
◇스펙터클과 신파
1000만 영화들의 공통점은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난해를 예로 들면, '암살'에는 액션스릴러의 쾌감과 항일 독립 투사의 이야기의 감동이 있었고, '베테랑'에는 수사물의 속도감과 '갑질'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통한 공감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부산행'은 여름 오락영화로서 갖춰야 할 요소들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평가다.
영화는 '달리는 기차 안에 닥친 재난'이라는 기본 설정을 통해 재난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제약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과감한 액션 시퀀스로 관객에게 영화적 쾌감을 선사한다.
◇거부감 없는 좀비들
'부산행'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좀비라는 소재였다. 해외에서는 좀비가 하나의 장르로 인식될 정도로 익숙한 소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관객에게 생소한 것이기 때문에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이를 의식한 듯 좀비의 외모가 줄 수 있는 혐오감을 최대한 낮추는 대신, 이들의 빠르고 역동적이며 기괴한 움직임으로 대재난의 공포를 만들어낸다.
가령 좀비가 된 군인들이 대거 몰려오는 장면이라든가 열차에 매달린 좀비들이 탑처럼 쌓이다가 한꺼번에 우르르 무너져내리는 모습은 좀비에 대한 국내 관객의 거부감을 없애는 것을 뛰어 넘어 오히려 이 장르에 흥미를 갖게 하는 장면이었다는 평가다.
또 안무가를 통해 좀비들의 움직임을 구성한 것은 정적인 장면에서도 좀비들의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배우들의 호연과 대진운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도 이 영화의 흥행 요인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 영화의 주된 캐릭터는 좀비가 탄 기차"라며 "등장 인물들은 대부분 캐릭터가 강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대진운도 좋았다. '부산행'은 여름 성수기를 노린 다른 영화들('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국가대표2')과 다르게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관객을 만났다. 영화는 그 덕분에 개봉 후 일주일 동안 매출액 점유율 7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며 관객 싹쓸이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쪽짜리 1000만 영화
하지만 '부산행'은 다른 17편의 1000만 영화와는 달리 1000만 영화의 영광을 온전히 누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반칙 개봉' 논란을 일으켰던 유료 시사회 사건 때문이다.
배급사 NEW는 개봉 전 주말(7월15~17일) '부산행'의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단행했다. NEW는 '관객 반응 모니터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배급사의 이런 행동이 작은 영화들의 설 자리를 뺏고 영화계 질서를 파괴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반칙 개봉'으로 이 영화를 본 관객은 무려 56만1162명이었다('명량' 2만5000명). 전문가들은 유료 시사회 입소문이 역대 개봉일 최다 관객(87만232명), 역대 일일 최다 관객(128만942명), 역대 주말 최다 관객(321만4715명) 기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NEW의 이런 결정은 연상호 감독의 "성장 중심 사회의 끝에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남길 건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부산행'을 시작했다"는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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