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지난 2011년 뇌물 수수 혐의로 퇴직한 전 간부 B씨가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울과 단독으로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B씨는 한울과 계약을 맺은 A손해보험회사의 권원 조사를 대행하고 있는 C업체의 대표도 맡고 있어 이번 업무협약이 전관예우에 의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전자계약시스템 바로잡기 법무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감사원에 "국토교통부 전자계약시스템 관련 특혜·전관예우 의혹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서는 김우종 위원장, 김성홍 부위원장, 유종희 간사 등을 비롯해 1452명의 법무사가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국토부가 전직 직원이 근무하는 특정 법무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실상 독점적 지위 및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면서 "깊은 검토나 관련 전문가단체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특정 업체와 결탁해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은 통합 데이터베이스(DB)에서 계약체결은 물론 잔금 납부, 부동산거래 계약 신고, 검인, 전입신고, 확정일자, 각종 세금납부 등 관련업무 모두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다.
이용자는 공인인증서와 휴대폰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를 이용해 전자 문서 형태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대법원, 국세청, 금융결제원, 국토부 등을 거쳐야 했던 절차들이 하나로 통합된다.
올 초부터 서울 서초구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다음 달부터 서울시 전역으로 범위를 넓힌 후 내년엔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6월 말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법무법인 한울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한울을 통해 계약을 해야지만 종이계약 때보다 등기수수료를 30% 저렴하게 소유권이전 또는 전세권설정 등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종희 간사는 "국토부가 시범사업 이후 계약건수가 3건에 그치는 등 활성화되지 않자 법무법인, 은행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법무사협회와 협의하지 않고 국토부 출신 임원이 근무하고 있는 특정 업체와 협상을 벌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법무사들은 국토부가 이 같은 특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 해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한울과 업무협약을 맺기 전에 "법무사협회와 사전에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유 간사는 "시스템 참여와 관련된 논의는 있었지만 등기 업무나 수수료 할인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면서 "시범 지역이 서울 전지역, 전국으로 사업이 확대되면 처음 협약을 맺은 업체가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법무사들은 부동산 권리보험 가입이 전자계약시스템 사업에 포함된 점에도 의문을 갖고 있다. 권리보험은 매수인이 잔금납부 때부터 타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때까지 권리를 보장해 주는 보험이다. 서류 위·변조, 무권대리 등 부동산 매매사기 시 매매대금 전액을 보상해 준다.
하지만 권리 보험이 발달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등기부등본 한 장으로 모든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권리보험이 필수적이지는 않다.
유 간사는 "한울에서는 권리 보험에 가입하면 추가로 등기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한울과 거래를 하는 손해보험사와 권원조사 업체는 '누워서 떡먹기' 식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게 돼 있는 구조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법무사들의 주장에 대해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참여를 원하는 법무사와 법인에게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며 언제든 업무협약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무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협약일뿐이지 전혀 특혜가 아니다"라면서 "이미 한울 이외에 3개 업체가 추가로 참여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 권리 보험에 대해서는 법무사들 역시 부동산 거래시 보험 상품에 가입하도록 권유하고 있는 부분이라 특별한 사안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도입 초기라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거래는 공인중개사를 통해야만 가능하도록 하다보니 법무사들이 일부 반발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전국으로 시스템 운영을 확대할 때에는 정책 판단에 따라 일반인도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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