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제친 사모펀드…수익률 2.2배 더 높아

기사등록 2016/07/31 07:12:53 최종수정 2016/12/28 17:26:35
2013년부터 매년 30조원씩 증가하는 사모펀드 순자산…올해 들어 18%↑
11개 펀드 유형 평균 수익률 1.86%…공모펀드보다 2.2배 높아
금융당국 규제완화도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한 몫

【서울=뉴시스】최예린 기자 = 사모펀드의 기세가 무섭다. 수익률에서는 이미 공모펀드를 제쳤다. 순자산 규모에서도 공모펀드를 뛰어넘을 태세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다양한 형태의 자산 특성을 고려, 맞춤 운용 전략을 짜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매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공모 펀드 대비 평균 2.2배 높은 수익률도 투자자들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8일 기준 사모펀드 순자산은 235조4257억원으로 공모펀드(245조8804억원) 순자산과의 격차가 불과10조454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초 73조원의 차이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공모펀드 순자산을 바짝 따라잡은 것이다. 실제 지난달 27일에는 사모펀드 순자산(228조9040억원)이 공모펀드(227조9291억원)를 추월하기도 했다.

 사모펀드의 순자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08년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12년까지 100~120조원대에 머물렀지만 2013년 140조원, 2014년 170조원, 2015년 200조원에 육박하며 매년 30조원씩 늘었다.

 사모펀드의 인기가 치솟으며 순자산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수익률이다. 박스권 장세에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해지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사모펀드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사모펀드의 수익률은 주식형과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등 11개 펀드 유형 중 9개 유형에서 공모펀드의 수익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유형의 평균 수익률은 1.86%로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0.86%)보다 2.2배 높다.

 한국투자증권 압구정 PB센터 신언경 차장은 "최근 공모펀드의 성과가 좋지 않아 분리과세 공모주하이일드펀드와 같은 사모펀드를 많이 권하고 있다"며 "성과가 좋아서 권하기도 하지만 고객들의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자산에 각종 운용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사모펀드 시장 확대의 배경으로 보았다.

 동부증권 정승기 연구원은 "공모펀드에 비해 사모펀드가 다품종 소량화 형태인 '고객 맞춤형' 상품으로 고객 친화적인 부분이 있어 사모펀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이상호 센터장은 "기존 대형 액티브 펀드(주식형 펀드)들의 성과가 저조하다보니 요즘은 고객들이 상장지수펀드(ETF)와 사모펀드, 특히 사모 헤지펀드를 선호한다"며 "자기들만의 펀드를 디자인해서 가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도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불을 더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 가입 최소 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요건 역시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의 부동자금이 사모펀드에 쏠리고, 신생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압구정 PB센터 신언경 차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주식 자문만 하던 투자 자문사들이 자산운용사로 전환해 전문형 사모펀드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강남지점 조본치 PB팀장 역시 "펀드매니저나 투자 자문사 운영자가 나와 단독 회사를 차리면서 자본시장에 전문화된 인력이 많아졌다"며 "여러가지 운용 방법 고안되고, 이에 맞춰 수익이 나는 상품들이 공모펀드가 아닌 사모펀드 형태로 발행되니 이쪽으로 돈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또 "발행되는 상품 중 고액의 상품들도 많아져 모집 인원수가 줄어도 자본금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공모펀드의 순자산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이상호 센터장은 "증권사가 얼마나 좋은 상품을 많이 내놓느냐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으로 돈이 몰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강남지점 조본치 PB팀장은 "근본적으로 저금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사모펀드 시장 규모는 확대될 것이고 공모펀드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펀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게 좋지는 않기 때문에 좀 더 빠르고 세분화된 운용 능력을 자랑하는 사모펀드 시장으로 사람들이 많이 쏠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yerin_cho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