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K옥션 '54억' 최고가 낙찰, 누가 가장 이득일까

기사등록 2016/07/04 18:02:01 최종수정 2017/11/14 10:52:34
【서울=뉴시스】K옥션 경매 응찰 장면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인생도 '타이밍', 경매도 '타이밍'이다.

 54억. 국내 미술품 최고가를 낙찰시킨 K옥션 이상규 대표(55)는 의외로 덤덤했다.

 미술시장에서 '조용한 성품'으로 알려진 이 대표는 '일희일비'않는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 원칙주의자다. 은행원 출신(신한·하나)이다. 2005년 당시 서울옥션 김순응대표의 러브콜로 미술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후 2012년 K옥션 대표가 됐다.

 6월 28일 경신한 '54억'은 서울옥션의 후발주자인 만년 2위 K옥션의 설움을 떨쳤다. 2005년 창립후 10년만에 맛본 쾌거다.

 국내 미술품경매사는 서울옥션과 K옥션 양대 경매사 체제로 2곳의 독과점 시장이다. 엎치락 뒤치락 하지만, 경매사의 원조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서울옥션을 쉽게 제칠수 없는 상대다.

 이상규 대표가 덤덤한 이유는 '2등의 여유'이기도 하지만 길게 내다 본 믿음때문이다. 장사의 최대 전략은 신용과 의리라고 본다. 앞서 달리는 서울옥션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작품이 48억6750만원에 팔리면서 위기는 기회가 됐다.

 양대 경매사의 질주로 좋은 작품을 가진 개인 소장가는 아쉬울게 없다. 다만 타이밍이 문제. 서울옥션이 보유한 최고 낙찰가 작품보다 더 큰 대작을 소유한 사람에 '설득의 미학'이 작용했다.

 264cm×208cm크기에 역대 보기드문 푸른 전면 점화. K옥션 이상규 대표는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K옥션에 들어온 작품. 놓치면 안된다. 추정가 45억짜리에 걸맞게 호가의 위상도 필요했다. '1억으로 올라가냐, 5000만원씩 올라가냐'고민했다. 위작혼란과 불황인 미술시장 상황으로 1억씩 오르기는 눈총을 받을 것 같았다. 5000만원씩 올라가자.

【서울=뉴시스】K옥션 이상규 대표이사가 전화응찰자리에 앉아 경매를 지켜보고 있다.
문제가 생겼다. 한번도 말해본적 없는 금액. 스페셜리스트(경매사)는 발음이 꼬였다.45억5000만원, 오천만원씩 올라갑니다. 50억, 50억5000만원. K옥션 손이천 경매사는 "50억이라는 숫자를 해보지 않아 입에서도 익숙치 않았고, 오천만원씩 올리는 숫자도 발음이 어색해 맹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28일 경매당일, 42번째 김환기'무제 27-VII-72 #228'가 올라왔을때, '감'이 왔다고 했다. '이 작품 팔립니다' 말은 안했지만, 이미 경매장에서 누군가의 에너지가 강하게 나왔다는 것.

 45억으로 시작, 45억5000만원, 50억, 5000만원씩 호가한 작품은 순식간에 50억이 됐고, 경매장은 숨을 죽였다. 

 '스타와 주인은 마지막에 온다'고 했던가. 3~4번의 경합이 이어지자 현장에서 누군가 여유있게 패드를 들었다. 순식간에 54억에 멈춘 상황. 경매사는 그와 눈을 떼지 못했고, 그도 패드를 내리지 않았다. 결국 그 현장 응찰자에게 낙찰됐고, 망치를 탕탕 내리쳤다.

 "경매의 묘미죠. 아무도 예측못합니다. 늘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이상규 대표는 "이 작품이 낙찰될 걸로 자신했지만, 이렇게 가슴 졸이며 지켜봤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54억. 낙찰로 김환기의 작품도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K옥션도 경매사의 역사를 다시썼다. 국내 최고 낙찰가 보유 경매사가 됐기 때문.

 양대 경매사의 최고가 싸움은 섭외부터 시작된다. 얼마나 좋은 작품을 먼저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추정가를 높게 부른다고, 희귀작품이라고 다 팔리는 건 아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K옥션에서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김환기 화백의 '무제 27-VII-72 #228'이 공개되고 있다.  오는 28일 대동여지도와 함께 경매되는 김환기 화백의 '무제 27-VII-72 #228'는 평면적으로 이뤄지던 점획의 패턴에 사선으로 흐르는 기조의 분할로 변화한 작품으로 1971년 제작됐다. 이 작품의 추정가는 45억~60억으로 새 기록 경신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6.06.17. scchoo@newsis.com
이번에 같이 출품된 채색지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세상에 첫 공개된 희귀 보물급인데도 유찰됐다. 그래서 '때(時)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최고 낙찰가 기록을 보유한 회사는 얼마나 이득이 있을까.

 경매 출품작은 팔고 사는 사람이 10%씩 수수료를 내야한다. 옥션사는 수수료 장사다. 54억이니까 일반적으로 5억4000만원씩 11억8000만원을 버는 셈이지만, 이렇게 정확할순 없다.

 이상규 대표에 따르면, '파는 사람'이 최고다. 팔려고 내놓기 까지 '설득과 기다림의 미학'은 돈으로 환산된다. 아쉬울게 없는데 작품을 내놓은 소장가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일종의 서비스다.

 결국 54억의 최종 승자는 '판 사람'이다. 경매장에서 패드를 든 사람은 당연히 '심부름꾼'이다.  배팅은 이미 계산된 전략이고, 자신있게 패드를 든 건 '아바타'이기 가능하다. 패드를 든 사람은 안다고 한다. 패드의 '미친 욕망'을 제어할 수 없음을. '진짜 사는' 사람은 그래서 경매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미술시장을 흔든 54억짜리 작품. 낙찰금액은 지불됐을까?.

  K옥션은 답대신 이렇게 말했다. "수십억에 달하는 작품값은 단박에 입금이 안됩니다. 아, 할부는 아닙니다. 약 3주간 기다립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바로 현금결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K옥션 상반기(4회) 경매실적은 지난해보다 따뜻하다. 이번 54억 최고 낙찰로 363억9278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4회)매출 실적은 297억3391만원이었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