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기자, 번역가, 출판편집인 등 다양한 그의 행보는 근현대 문학 역사와 궤를 함께 했다. 최근 출간된 '기억의 깊이-그 두런거림의 말들'은 책과 함께한 김병익의 50년을 톺아보게 만든다.
문화부 기자로 10년간 일해오다 '동아 특위 사태' 때 해직, 계간 '문학과지성'을 창간 멤버가 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를 창립해 대표직을 맡아온 그의 삶에는 우리 현대사의 곡진한 면면이 새겨져 있다.
비평가로서의 자의식을 되짚으며, 황순원·이청준·박경리를 회고하는 그는 한국 문학을 통해 한국을 이해하려 애쓴다. 광복과 정부 수립, 6·25 동란, 4·19를 몸소 겪은 그에게 소설 속 한국 근현대사는 바라보는 것일 뿐 아니라 체험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아서 헐해진 문학상들 등 출판과 문학계에 던지는 쓴소리도 담았지만 그곳마저도 서정적 온기가 가득하다. 앞서간 지인들의 무덤에 손수 취토(取土)를 하며 오랜 시간 동안 문화예술인들을 아껴온 그의 마음이 이미 널리 알려진 탓이다. 읽고 생각하는 습관이 허락한 만년의 '돌아봄'이 거룩한 이유다. 487쪽, 1만6000원, 문학과지성사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