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이라고 결론냈던 국과수와 민간 감정위원들만 황당한게 아니다. 이를 바라보는 미술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웬지 석연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공항에서부터의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대한민국이 나한테 왜 이러냐"며 버럭버럭 화를 내는 화백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했다. '명상적이고 고급스러운' 작품과 달리 거친 말과 태도에 깜짝 놀랐다는 사람들이 많다. '위작논란'속에 세계적인 화가이자, 원로 화백의 여유감을 기대하는건 무리라는 입장도 있다.
작가만 보면 끝날줄 알았던 위작의혹은 이제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진행중이다. '13점은 내 작품'은 이 화백의 어떤 작품보다 '강력한 퍼포먼스'로 남았다.
◇“아무 일도 안했는데 언론이 논란을 키웠다”?
이 화백은 '위작 논란'을 키운건 언론이라고 비난했지만 그 논란을 자초했다.
3일간 진행된 화백이 직접한 '감정'도 보자. 첫 날 하루 '판단이 안선다'며 보류했다가, 하루 쉬고 다음날(29일)다시와 '13점은 모두 내 작품'이라고 했다. 그 다음날(30일) 이례적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딱 보면 안다, 작가들은 1분만 봐도 내건지 아닌지 안다'며 '내 말을 믿어달라'고 했다.
음모론도 피웠다. 화가는 "경찰 1명이 살그머니 13점중 4점은 위작이라고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 4점은 위작범이 그렸다는 그림이다. 하지만 화백은 그 그림도 '분명, 틀림없는 내 그림'이라고 했다. 화백은 "내 작품이 분명한데 어떻게 그럴수 있냐"며 마치 경찰이 사건을 조작하려고 회유한 것 같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당연히 경찰은 발끈했다. 뒷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경찰에 따르면 화백은 감정 과정에서 확대경을 쓰지 않았으며 작품을 살핀 시간도 10초 내외에 그쳤다. 2분의 단독 면담은 있었지만 회유 사실은 없었다고 강력 부인했다.
때문에 "위작으로 지목받은 13점은 '저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만든 분명한 저의 그림'"이라는 주장도 힘을 못낸다. 서성록 한국미술품평가원 감정위원장은 한 방송에 나와 "현재로선 위작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그는 "이 13점의 작품이 진품이라면, 이것이 어디에 출품됐고, 누구한테 넘어갔고, 작품 제작 목록을 작가 측에서 제공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미술시장관계자들은 화백이 하루 쉬고 다시 한 감정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다. 모 화랑과 입을 맞춘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수억대를 지불한 컬렉터들의 안위와 작품값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는 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작품값은 어떨까.
한동안 국내 미술품 양대경매사의 표지그림까지 장식하던 이우환 그림은 지난해부터 앞표지에서 자취를 감췄다. 단색화 열풍으로 '동기 화백'들(박서보 하종현 정상화 등) 작품값이 치솟을때도, '이우환'이름은 보도자료에도 잘 등장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위작 논란중'인만큼 경매사들의 신중 마케팅이었지만, 경매장에서는 이우환의 '조용한 흥행'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우환 작가 최고가는 2012년 홍콩 경매에서 기록된 1977년 작 '점'으로 21억3000만원이다.
이우환의 작품값은 떨어졌을까?.
위작시비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5년에는 한 해 낙찰총액이 117억5000만원으로, 2014년 86억원에 비해 급상승한 수치다. 이는 과거 가장 호황기였다는 2006~2008년의 낙찰총액(약 337억) 연평균에 육박하는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예술도 '메이킹'이다. 미술시장도 '노이즈 마케팅'이 유효함을 증명한 셈이다.
매도와 매수가 활발하다. 2014년부터 2016년 올 상반기까지 평균 80% 이상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2014년 105점이 출품 74점이 팔렸고, 위작시비가 정점에 올랐던 2015년에 140점이 출품되어 124점이 팔려 낙찰률 88.57%를 기록했다. 국내 미술시장이 가장 활황이었던 2006년 2007년때보다 높은 낙찰률이다. 2006년에 55점이 나와 40점(72%), 2007년 157점중 120점(76%)이 낙찰됐다. 2007년은 물감만 묻으면 팔린다는 국내 미술시장 호황기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낙찰총액이 약 33억원으로 낙찰률은 90%에 육박한다. 반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아직 전체를 따지기는 힘들지만 상반기 이우환 출품작은 39점으로 매우 저조한 편"이라며 "이는 위작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의 후폭풍이 크게 작용한 것같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39점중 34점이 낙찰됐다는 것은 프로비너스(작품출처)만 확실하다면 여전히 매세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위작의혹'으로 사건의 추이에 따라 관망세가 이뤄지고 있음도 보여준다.
실제로 출품작품수와 낙찰수만을 비교해보면, 가장 호황기인 2007년(157-120-76%)과 2015년(140-124-89%)이 큰 차이가 없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가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 지 짐작되며, 이번 위작시비의 향방이 시장에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 요소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유명 작가에게 위작 논란은 숙명이다. '국민화가' 이중섭,박수근도 시달렸다. 천졍자는 25년째 위작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비싼 작품값'때문이다. 명품도 '짝퉁'때문에 골치다. 수천만원 에르메스백은 수백만원짜리 짝퉁백이 있다. '그 돈 주고 그런 가방을 왜 사냐'고 하지만,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그게 진품이 아니라는 건 자신들은 안다.
제대로 된 진품은 제값을 주고 사도 아깝지 않다고 한다. 컬렉터들도 화랑주도 안다.
진품은 절대 싸게 팔지도, 싸다고 사지도 않는다. '똑같아 보이고', '좋아보이는' 위세로 허세를 감춰도 양심은 속일수 없다.
'13점은 틀림없는 내 작품'이라며 '묻지마 진품'을 외친 이우환 화백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앞으로 작업 하면 얼마나 하겠냐. 나는 답답하고 고통스러워 죽겠다"고 했다. "국제적으로도 작품거래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술시장에 떠도는 말이있다. '진위'감정만 하면 감정나고, 이름때문에 '우환'이 생겼다고. 그래서 정부에게 화살을 돌린다. 단색화 작가들처럼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는 작가의 경우 작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대의적인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원로작가나 작고작가의 경우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량이 적지 않다. 최소 1000여 점에서 1만 여점도 넘을 수 있다. 이번 이우환 화백의 경우처럼 위작시비나 객관적인 재평가 과정을 위해서라도 관련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채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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