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 기업②]'만년적자' 동부하이텍, 16년 만에 빛 보다

기사등록 2016/06/15 16:27:24 최종수정 2016/12/28 17:13:05
오너부터 생산직까지 쇄신…'국내 유일' 자부심으로 15년 적자 견뎌

【서울=뉴시스】정성원 기자 = "우리는 비메모리업에 헌신하여 조국의 선진화에 기여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1970년대의 산업화 구호가 아니다. 2006년 김준기 회장이 동부하이텍 충북 음성 공장에 걸어놓은 메시지다.

 '만년적자'에 허덕이던 동부하이텍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오랜 기간 수천억원대 적자를 누적하며 동부그룹 내 '미운오리'였던 동부하이텍이 긴 인고의 시간 끝에 새롭게 그룹을 이끌 백조로 탈바꿈했다.

 전체 반도체산업 중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은 76%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매모리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위탁생산을 위주로 하는 시스템반도체는 미개척 영역이나 다름 없었다.

 동부하이텍이 빛을 보기까지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부터 현장 일선의 엔지니어들까지 구성원 전체의 인내와 쇄신이 있었다. 오너는 사재까지 출연하며 사업 의지를 놓지 않았고 임직원들은 국내 유일의 시스템반도체업체라는 자부심 아래에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조기석 파운드리영업본부장(부사장)은 이 회사의 산 증인이다. 1994년 동부그룹에 입사해 반도체 사업초기 전략기획업무를 담당했고 2003년 이후 대만·중국지역 영업담당을 하며 사업확대를 주도했다.

 그는 동부하이텍의 십수년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으로 2007년부터 시작된 재무구조 개선을 꼽았다.

 동부는 2000년대 초반 불어 닥친 반도체 장기불황과 높은 진입장벽에 막혀 적자를 쌓아가며 사업을 시작했다. 2004년 이후에는 적자규모가 당시 매출규모와 비슷한 3000억~4000억원대로 커졌고 초기투자비용과 합해 한때 차입금이 2조원을 넘어섰다.

 김준기 회장은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2007년부터 동부하이텍은 보유 부동산과 지분 등을 매각했고 2009년 김 회장의 사재 3000억원 출연에 힘입어 차입금을 6000억원대까지 줄였다.

 조 본부장은 "당시 누적적자가 워낙 심해 그룹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회장님을 중심으로 한 과감하게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요인으로 생각된다. 만약 그때 사업을 포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생각하면 참 아찔하다"고 회고했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수백개에 이르는 제품마다 각각 생산공정이 달라 숙련된 엔지니어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친 동부하이텍은 아날로그반도체를 중심으로 특화분야를 결정했다.

 전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중에서는 매출 규모가 9위이지만 아날로그반도체 분야에서 2010년부터 1위를 지키고 있다.

 이후 동부하이텍은 가동률 70% 수준에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도록 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현재 스마트폰 전력 반도체와 터치스크린칩, 보안카메라용 이미지센서, UHD TV용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수주가 늘어 공장가동률 90% 이상을 넘어섰다.

 "반도체 같은 장치산업은 경쟁력 있는 원가구조를 갖추게 되면 가동률 상승에 비례해 이익이 증가한다. 이를 만들기 위해 전 임직원들이 힘을 모아 공정을 개선하고 라인스피드를 올렸다. 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익을 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던 동부하이텍에 다시 한번 큰 위기가 찾아왔다. 2013년 말부터 진행된 산업은행 주도 구조조정에서 동부하이텍이 먼저 매각 대상에 올랐다.

 조 본부장은 "십 수년간의 적자상황에서도 한국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며 동반성장 해온 임직원들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달랐다. 비록 대규모 적자를 내고는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 불모지에서 고군분투한다는 자존심과 사명감으로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있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흑자전환 기미가 보이고 매각작업이 실패로 끝나자 주채권은행이 매각대상에서 하이텍을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동부하이텍은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2014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고 2015년 경상이익 1158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407억원으로 22%대 영업이익률을 내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전망이다.

 "CEO를 비롯한 전 임직원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 하고 그래도 안되면 죽자'는 필사적 각오로 영업과 기술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이제 회사가 큰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의 경영노하우를 살려 더욱 큰 실적을 내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한 동부하이텍의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의 임직원은 죄인의 심정이나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오랜 기간 눈칫밥을 먹어야 했지만 이제 하이텍 앞에 펼쳐진 미래는 밝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은 향후 수년간 연평균 7%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와 웨어러블 시장의 본격화, UHD TV와 OLED 시장 성장, 자동차 전장화 등에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 본부장은 "실적 개선으로 직원들의 자신감과 사기도 더욱 높아졌다. 그룹 구조조정의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는 사실 때문에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열심히 해서 최대의 실적을 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고 강조했다. 

 ut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