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커진 ETF, 국민연금도 뛰어들까…투자 놓고 저울질
기사등록 2016/06/06 08:14:08
최종수정 2016/12/28 17:10:12
거래소, 수년간 답보상태 ETF 활성화시켜야
525조원 운용 '큰 손' 국민연금 향해 러브콜
자체 패시브 펀드 운영 중인 국민연금은 '시큰둥'
수수료 인하·포트폴리오 확대가 유인 요인 될 수도
【서울=뉴시스】배현진 기자 = 박스권에 갇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국내 증시의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뛰어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줄곧 연기금 및 공제회를 향해 ETF 참여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525조원이라는 막대한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그 동안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미 자체적으로 패시브 투자(지수 투자)를 하고 있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별다른 차별점이 없는 ETF에 굳이 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ETF 연간수익률이 높게는 38% 대에 이르고 상품 역시 203개로 다양해진 점, 자산운용사의 ETF 운용보수 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마냥 ETF를 모른척할 수만은 없게 됐다.
◇정체된 ETF 시장…연기금 통해 활로 모색
한국거래소는 오는 9일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및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거래소, 우정사업본부 등 10여개 연기금 및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0)를 대상으로 ETF 및 상장지수증권(ETN) 관련 간담회를 진행한다.
지난 2002년 첫 선을 보인 ETF 시장은 줄곧 성장을 거듭하다 2013년을 기점으로 정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 거래소는 수년간 박스권에 갇힌 ETF 시장이 확장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관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판단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ETF 일평균 거래대금 6323억원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6.5%(2942억원). 반면 연기금 및 공제회 비율은 0.3%(17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비율은 2014년 공무원연금이 최초로 ETF에 참여한 이후 크게 증감이 없었다.
다만 거래 규모로 연기금의 ETF 참여비중을 단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거래 외에 장기 보유 목적으로 ETF를 운용하는 경우도 많고 자산운용사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학연금, 군인공제회 등이 ETF 투자를 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동참하게 되면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거래소 역시 ETF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 ETF 투자 계속 저울질
지난해 정부는 침체돼있는 ETF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인연금, 퇴직연금을 통한 ETF 투자를 허용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부 규정상 ETF 투자가 허용되지 않는 국민연금을 향해 운용지침을 개선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논의하겠다고만 할 뿐 선뜻 ETF 투자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 있다. 이미 자체운용 인력을 통해 패시브 투자를 하고 있는 국민연금으로선 ETF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못한 탓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기준 전체자산의 18.6%인 97조원을 직접 혹은 위탁운용을 통해 국내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향후 기금운용 방향이 해외투자 확대에 맞춰진 것도 국내 ETF 투자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국내 주식·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내용의 '중기(2017~2021) 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하면서, 해외투자를 기존 24.3%에서 35%이상으로 확대하고 국내투자는 75.7%에서 65% 이하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내 주식 수익률(1.67%)과 국내 채권 수익률(4.29%)에 비해 해외 주식(5.73%)과 해외 대체투자(14.9%) 수익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과 국내 ETF 참여 여부는 관련성이 적다"며 "상황에 맞게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ETF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ETF 참여 여부보다 중요한 건 전체적 방향성이다"며 "패시브 투자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유효한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섞는 것이 적정한가가 논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ETF 시장 매력도 높아져
최근들어 ETF 시장 상황이 개선된 점은 국민연금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난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자사 'TIGER200 ETF'의 총보수를 연 0.09%에서 0.05%로 인하했다. ETF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 역시 'KODEX200' ETF 보수를 연 0.26%에서 0.15%로 인하했다.
운용규모가 1조원이라면 미래에셋의 경우 기존 수수료가 9억원에서 5억원으로 인하된 셈이다. 보수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호재다.
ETF 종류가 다양해져 자산전략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맞춤형으로 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지난 4월 기준 국내 상장된 ETF는 203개로 국내 146개, 해외 57개다. 국내 및 해외 지수, 원자재, 원유 뿐 아니라 바이오, 헬스케어, IT 등 특정업종과 채권까지 종류도 확대됐다.
증권거래세 0.3%가 면제되는 점도 이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ETF는 비용적 이익 외에도 포트폴리오 운용의 편리성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베트남, 대만, 러시아 지수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ETF 시장을 현재 22조원에서 60조원 규모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bh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