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홀로' 앉은 타지마할 벤치, 아들 부부는 '나란히'

기사등록 2016/04/17 00:22:59 최종수정 2016/12/28 16:55:27
【아그라(인도)=AP/뉴시스】김혜경 기자 =  24년전 영국 다이애나비가 홀로 쓸쓸히 앉았던 인도 타지마할 벤치에 그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나란히 앉았다. 

 영국과 인도의 우호 증진을 위해 지난 10일(현지시간) 인도를 방문한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16일 타지마할을 찾아 고인이 된 다이애나비가 앉았던 벤치에 앉았다.

 타지마할은 17세기 무굴제국의 수도였던 아그라에 자리잡은 궁전 형식의 묘지다.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샤자한(1592~1666년)이 끔찍이 사랑했던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해 만든 것이다. 샤자한 황제는 15번째 아이를 출산하다가 숨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22년간 2만명을 동원해 대리석으로 이 건물을 만들었고, 이러한 이유로 타지마할은 '영원한 사랑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윌리엄 왕세손의 모친인 고 다이애나비도 1992년 2월 남편인 찰스 왕세자와 함께 인도를 찾았으나, 타지마할에는 다이애나비만 방문했었다. 당시 다이애나비가 타지마할 전경이 보이는 벤치에 홀로 앉아 찍은 사진은 찰스 왕세자와의 파경설이 돌던 다이애나비의 쓸쓸함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화제를 모았었다.

 1981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한 다이애나비는 찰스 왕세자가 결혼 전부터 만나왔던 카밀라 파커불스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아 외롭고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다. 결국 1992년 말 다이애나비는 찰스 왕세자와 별거에 들어갔으며 1996년 이혼한 뒤 이듬해 교통사고로 숨졌다.

 24년 만에 어머니가 앉았던 벤치에 아내와 함께 앉게 된 윌리엄 왕세손은 "이곳을 여행하는 많은 이들에게 어머니의 기억이 살아있는 장소에 오게 돼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고 왕실 대변인은 전했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이날 섭씨 40도를 넘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모여든 사진기자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는 등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

 영국 BBC 방송은 "타지마할에서 영국 왕가의 새로운 서사가 쓰여졌다"면서 윌리엄 왕세손은 그의 아버지가 약속했지만 하지 못한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다이애나비는 불행할 결혼생활 중에도 일반적인 로열 패밀리와는 달리 수 많은 봉사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영국인들에게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한편 지난 일주일간 인도와 부탄을 방문한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타지마할 방문을 끝으로 영국으로 귀국한다. 이들 부부는 이번 방문에서 빈민가 어린이와 어울려 크리켓과 축구를 하는 등 고 다이애나비처럼 자선과 봉사의 행보를 보였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