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부의 매서운 눈초리를 피하려 시선을 땅바닥에 내려놓을 이유도 없고, 복장위반을 지적받지나 않을까 마음 졸일 필요가 없어서다.
11일 오전 7시40분. 이 학교 현관 입구에 한 줄로 길게 늘어선 교사와 청소년단체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허리굽히며 "사랑합니다.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했다.
한 학생은 맨앞에 서 있는 김용범 교장에게 달려가더니 "선생님"이라고 외치며 품에 폭 안겼다. 김 교장의 목에는 손글씨로 '프리허그'라고 쓴 팻말이 걸려 있었다.
입구 반대쪽에선 이 학교 기타 동아리(옹아리) 회원들이 통기타를 연주하고, 몇몇 학생들은 '사랑해! 파이팅'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등교하는 급우들을 반겼다.
같은 시각 보직 교사와 고참 교사들은 교실을 돌며 생활지도에 여념 없었다.
매일 아침 7시 20분부터 1시간 가량 이어지는 풍경이다. 김 교장은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맞이하는 등교지도'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서서히 좋은 반응이 나타났다. 어느덧 매주 월요일 문화예술분야 동아리 회원들이 스스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RCY·사이버외교단·걸스카우트 등 청소년단체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1학년 김모양은 "다른 학교에선 선도부 언니들 눈초리 피하느라 등교시간이 두렵다고들 하는데, 우리 학교에선 그런 광경을 볼 수 없다"며 "등교할 때부터 기분 좋으니 하루가 편안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따뜻한 인사말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반겨줌으로써 '시작부터 웃음이 넘쳐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이제는 충북여고만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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