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영국은 EU를 떠날 것이냐 남을 것이냐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주는 세계 속 영국의 위상을 결정하는 일이다.
영국이 EU회원국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긍정적인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우리가 처음 EU에 가입할 당시 영국은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였다. 오늘날 우리는 내부 개혁을 단행하고 유럽 단일시장의 회원국이라는 지위 덕으로 유럽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경제를 구가하고 있다.
앞으로 향후 20년 동안 현재와 같은 정책을 이어나가면서 EU 단일시장에 머문다면 영국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영국은 환경과 기후변화, 인터넷 비용, 소비자 보호 등 측면에서 유럽 동료 국가들과 함께 통합돼 있을 때만이 발전을 구가할 수 있다.
영국은 EU의 일부로서 기능할 때 적대적인 국가들의 도전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EU라는 우산 아래서 공동의 위험에 맞서 싸울 수 있었다. 지난 수천년 동안 어떤 세대도 이같은 행운을 누린 적이 없었다. 이런 안정을 저버리고 스스로 위험 속에 뛰어 든다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만일 우리가 떠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회원국으로서 우리는 유럽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이해를 대변하고, 우리에게 미치는 손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EU를 벗어나게 되면 유럽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된다. EU와 같은 거대한 단일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경제적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그들은 일단 영국이 떠나면 EU가 무기력해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EU 회원국들이 영국과의 무역을 위해 고분고분 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EU와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건 자기 기만을 넘어선 망상이다.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유럽시장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유럽사람들이 우리 시장을 더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착각일 뿐이다. 영국의 수출 물량 중 45%는 유럽으로 가는 것이다. 반면 EU회원국 27개 나라의 수출 물량 중 7%만이 영국으로 올 뿐이다. 우리가 더 아쉬운 쪽임이 분명하다.
“우리에게 조국을 돌려달라”는 감성적인 호소는 애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어떤 나라를 돌려 달라는 것인가?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스코틀랜드는 과연 영국의 일원으로 남아 있을까? 스코틀랜드는 독립을 위한 또 다른 국민투표를 요구할 지도 모른다. EU를 벗어난 영국과 영국을 탈퇴한 스코들랜드는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는 결과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우리나라에 투자를 한 많은 나라들이 브렉시트를 경고하고 있다. 그들을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주요 20개국(G20)과 영국중앙은행 총재와 우리의 군 지도자들, 저명한 학자들이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의견을 모두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만일 우리가 EU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우리는 최고의 동맹세력으로서 대접을 해 줄까? 영국이 EU를 벗어나는 순간 영국의 정치적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영국이 빠진 유럽의 중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나는 상식있는 영국인이라면 유럽과 서구의 분열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6월 23일 실시되는 국민투표는 또 다른 추가 협상을 위한 전주가 아니다. 그건 막장이다. 영국이 국제무대에서 세계를 지향하는 국제주의자로서 남을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일이다. 대영제국으로 남을 것이냐 작은 영국으로 남을 것이냐를 선택하는 일이다. 우리의 자손들이 훗날 이 중차대한 순간을 돌아봤을 때 그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sangjooo@newsis.com